정부가 올해 8월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경쟁사(KT-LG유플러스)들이 주장했던 이동전화시장 지배적사업자(SK텔레콤)에 대한 차별 규제가 물건너 간데다, 결합상품이 요금인하 등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는 측면도 만만찮아 결합할인율 축소 같은 규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매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진행하는 ‘경쟁상황 평가’를 정부의 정책 행위에 연계해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돼 있어 향후 추가 규제 시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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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서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2014년 기준으로 1820만 가구, 85.3%가 결합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동전화를 포함한 유무선 결합상품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판매 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나 이용자 차별 같은 후생 저하가 야기된다”면서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이런 요인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CMCRs, UPPI 같은 시장지배력 전이 측정 방법론을 설명한 뒤 “SK의 하나로통신 인수 당시 지배력 전이 조건을 인가조건으로 부쳤지만, 무선 중심으로의 경쟁 변화를 예측 못했다. 그래서 인가 조건이 무의미해졌다. (이번에는) 할인율 과다 배분 등의 문제를 고려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도 “자유시장경제에서 합병을 불허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미래부 등이) 결합할인율을 30%까지 간이심사하게 한 것은 요금인하 요구를 위해 매년 10%씩 올려온 것으로 사실상 중장기적으로는 (지배력 공고화로) 소비자 후생에는 도움이 안 되고, 통신사 수익성 역시 나빠진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30%까지 다 깎을 수 있게 하면 약탈적 가격이 되니, 본 조항을 폐지하거나 할인율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등할인도 거부한 정부…쉽지 않은 결합상품 규제
당시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을 문화상품으로 보고 아예 모바일은 결합을 금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통신상품의 할인율과 방송상품의 할인율을 똑같이 하는 ‘동등할인’이라도 도입하자고 정부를 설득했다. 후자의 경우 CJ헬로비전을 비롯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원사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동등할인’ 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KT와 LG유플러스가 주장했던 SK텔레콤에 대한 결합상품 점유율 제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공식화되면서, 정부의 결합시장 경쟁상황 평가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 경쟁상황 평가라는 게 학자별·연구소별로 다르다는 게 문제다.
이날 발제한 신 교수나 강 교수의 계산식으로는 통신3사 중 특히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지배력이 방송통신 결합 시장에서 지배력 전이 문제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반면 지난 10월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간한 ‘방송통신서비스 결합판매와 시장지배력 전이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유선전화와 이동전화는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낮은 반면,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KT의 경쟁우위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 센터장)는 “점유율이라는 단일 지표만으로 유선전화는 KT, 이동전화는 SK텔레콤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해 뒀는데 이게 너무 브로드해서 시장의 역동성을 포착하지 못해 문제”라면서 “시장지배력 전이라는 게 현실로는 존재하고 체감되는데 이론으로 입증해 사후 규제하는 게 매우 여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경쟁상황 평가가 중요해졌다”며, KISDI의 경쟁상황평가 내용이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