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다음 타자는?

삼성생명, 중간 금융지주사로 갈까…금산분리 '발목'
  • 등록 2015-05-26 오후 4:47:49

    수정 2015-05-26 오후 4:47:4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삼성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필두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그룹뿐 아니라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등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제일모직(028260)삼성물산(000830)은 가격상한폭까지 치솟았다. 이와 동시에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삼성생명(032830) 등 삼성그룹주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키로 했다는 발표가 삼성그룹주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큰 조각이 맞춰졌다는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일인데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을 통해 보유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1%와 삼성전자 자사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 등을 합하면 관계자 지분을 30% 가까이로 끌어올린 셈이다.

남은 부분은 금융부문의 계열사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을 쥐고 있는 삼성생명(032830)이 중간 금융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가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했는데도 주가 움직임이 미미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갖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법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SDS(018260)도 관심 둘 만한 종목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이 삼성SDS 지분 17%를 보유하게 되면서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예상보다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빨랐던 만큼 당분간 지배구조 관련 움직임이 적어질 수 있다”며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등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른 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최근 SK그룹은 SK(003600)SK C&C(034730)의 합병을 결정,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해소할 예정이고 한진그룹 역시 ㈜한진(002320)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만 연내 매각하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된다.

주목 받는 그룹으로는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가 핵심이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설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화에너지를 100% 자회사로 소유한 한화S&C가 관심사다. 한화S&C는 김동관 상무 등 3세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한화와의 합병설이 제기된다. 상장사 가운데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088350) 지분을 ㈜한화(000880)와 한화건설이 각각 보유해 중간 지주사를 세울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에서 신동주·신동빈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야 하는 롯데그룹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그룹이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 관계가 얽혀있는 데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을 보유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비상장사로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K, 한진 등에 이어 삼성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을 일단락됐다”며 “한번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 다음 세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지는 만큼 이해 득실을 따져 각 그룹별 지배구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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