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를 모르는 싱가포르항공에게 배우는 서비스 정신

싱가포르항공, 1위 고수..日 ANA·JAL은 약진
'맞춤 서비스' 터키·에미레이트항공, TOP5 입성
  • 등록 2014-07-09 오후 5:28:04

    수정 2014-07-09 오후 5:28:04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최근 어느 날 새벽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 싱가포르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젊은 남녀가 찾아왔다. 두 남녀는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해 인도네시아 휴양지 롬복으로 날아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부의 여권 만료 기간은 6개월도 안 남은 상태. 인도네시아 입국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혼식을 치를 수 없게 됩니다. 어떻게든 방법이 없을까요?” 남자가 물었다.

이는 분명 항공사의 재량을 넘어서는 일이다. 하지만 싱가포르항공 직원은 “안된다”는 말 대신 “안 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고 대답했다. 예식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3시간. 이때부터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주일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인도네시아 입국 관리소, 결혼식이 치러질 호텔, 웨딩플래너 등 모든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신원을 보증할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입국을 인정하겠습니다”

가까스로 인도네시아 입국 관리소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싱가포르항공 직원은 결혼식 예정 호텔에 신분 보증을 요청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다.

일본 기업인들이 가장 만족하는 항공사는 어디일까. 싱가포르항공이 일본 대형 항공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수위를 차지했다.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비즈니스가 2년만에 실시한 항공사 만족도 조사에서 싱가포르항공은 2위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1위를 지켰다. 이전 조사에서 3위안에 들지 못했던 일본 양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각각 2,3위를 차지하며 일본인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이번 조사는 닛케이비즈니스가 일본의 기업 회장, 사장, 임원 등 6634명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이용한 항공사에 대해 △서비스(승무원의 대응,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좌석 △운항 안전성 및 정확성 △노선 네트워크 규모와 가맹하고 있는 얼라이언스 △코스트 퍼포먼스(비용 대 성능 비율)와 마일리지 등 5개 항목을 점수로 매겨 이뤄졌다.

“싱가포르항공 서비스가 최고”..ANA·JAL 자존심 회복

싱가포르항공은 서비스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앞선 예에서와 같이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좌석 부문에서도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나머지 4개 항목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싱가포르항공이 에어버스 380기를 도입하면서 마련한 최상위 클래스 ‘스위트’가 좌석 부문 고득점 비결로 꼽혔다.

2년전 조사에서 4위와 6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던 ANA와 JAL은 이번에 각각 2,3위를 차지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지난 2년간 공을 들였던 ‘서비스’와 ‘운항 안정성 및 정확성’ 부문에서 점수를 땄다.

세계 최대 공항·항공사 서비스 평가기관 스카이트랙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NA의 서비스에 최고 점수인 별 5개를 부여했다. ANA는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 치중하기보다 작은 불만을 최대한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운항의 안전성 및 정확성에서는 JAL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전세계 항공사의 실시간 운항 정보, 노선·공항별 통계 데이터를 집계·발표하는 플라이트스타츠는 JAL이 지난해 정시도착률 88.94%를 기록해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항공사 만족도 순위(일본 도쿄·나고야·오사카를 취항하는 국제선 승객 대상 조사, 출처: 닛케이비즈니스)
터키·에미레이트항공, 고객 위한 고민..이변 연출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번 조사 이변의 주인공으로 4,5위에 오른 터키시에어라인(구 터키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을 주목했다. 양사 모두 일본 정기 노선은 하루 3편뿐으로 일본과 아시아 항공사들에 비하면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시 에어라인은 ‘코스트 퍼포먼스·마일리지’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좌석’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햇다.

터키시 에어라인은 비즈니스클래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고객을 위해 기내식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요리사가 직접 요리를 담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내 무선 인터넷 연결이 무료로 제공되며 스포츠 중계 등 TV프로그램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 환승하는 승객에 호텔 숙박과 관광 투어를 무료 제공하는 것도 ‘코스트 퍼포먼스’ 1위 비결로 꼽힌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에어버스 380 기내에 상위 클래스를 위한 전용 라운지를 마련해놓은 것은 물론 샤워 스파시설을 갖추고 비즈니스클래스석에는 미니 바를 마련해 만족감을 높였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번 순위 조사는 일본에서 주로 일본인 승객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여기서 나타난 작은 이변은 세계 항공업계의 오늘을 보여준다”며 “항공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싱가포르항공이 에어버스 380기에 도입한 최상위 클래스 ‘스위트’, 에미레이트항공이 고객의 시차 적응을 위해 마련한 조명 시스템, 터키시에어라인에 함께 탑승하는 기내식 전담 요리사. 출처: 닛케이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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