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제한' 5·18 보상법은 위헌"

27일 전원일치 위헌 결정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 배상됐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
  • 등록 2021-05-27 오후 2:40:27

    수정 2021-05-27 오후 2:40:27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상금을 받은 이후 정신적 손해를 이유로 국가 상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현행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이데일리DB)
27일 헌재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재판상 화해 간주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 제16조 제2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낸 위헌법률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결정했다.

구 5·18 보상법은 보상금 지급 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본다. 보상금을 받은 뒤에는 국가에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로 관련 보상금을 지급받은 이모 씨 등은 지난 2018년 국가를 상대로 군 수사관 등의 가혹 행위 등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송물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소극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로 분류된다”면서도 “5·18보상법 조항을 보면,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금을 심의·결정하는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보상금 등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심판대상조항은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박탈되는 것으로서,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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