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에 볕든다'…韓 빠진 TPP에 날아오른 섬유株

베트남 진출한 섬유·의복업체 '급등'…관세철폐 수혜
종목별 편차 커…실적 전망 따른 옥석가리기 필요
  • 등록 2015-10-06 오후 4:48:30

    수정 2015-10-06 오후 4:48:3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이라는 재료가 섬유·의복주에 불을 지폈다. 한국이 TPP 참가국에서 제외돼 산업 전반적으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데도 TPP 참가국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섬유·의복 관련업체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다만 실제 TPP가 발효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일시적 주가상승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장 기대감에 더해 실적이 밑받침되는 종목을 위주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베트남 진출 국내 섬유·의복업체 ‘활짝’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같은 섬유업체 SG충남방적(001380)과 의류업체 SG세계물산(004060)은 나란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세실업(105630)(4.10%)과 태평양물산(007980)(4.25%), 방림(003610)(3.83%)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코스피 업종 중 섬유·의복업종은 전날보다 1.16% 상승했다.

이들은 모두 TPP 참가국인 베트남에 생산설비가 있거나 매출비중이 큰 업체들이다.

현재 베트남 섬유품목의 관세는 17% 수준으로 관세가 완화되면 베트남산 물품에 대한 생산원가는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기에 미국 수입의류 시장에서 베트남 위상은 매년 상승해 전체 시장의 10% 점유율을 차지하는데다 미국 의류시장을 차지하는 상위 5개국 중 TPP 참여국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비록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미 베트남에서 현지 생산 중인 섬유기업들이 TPP 타결로 웃는 이유다.

김근종 현대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정부는 TPP로 인한 베트남의 섬유제품 수출액이 연평균 10~1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제품은 10~15년간 관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과 역내국가에서 생산된 원사를 사용해야 한다는 원사기준 규정으로 빠른 시일내 TPP 효과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베트남이 글로벌 의류산업의 중심기지로서 장기적 발전이 기대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TPP 발효까지 상당기간 소요…실적 좋은 종목 골라야

다만 TPP에 따른 추세적인 상승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말이나 돼야 TPP가 발효되는데다 관세 0%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날 섬유주의 강세는 7월 이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국내 증시 내 상승재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TPP 소식이 깜짝 소재로 부각된 것일 뿐 지속적인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장 초반 6% 이상 급등했던 섬유·의복업종지수는 1%대로 마감했고, 방림이나 한세실업 등 일부 종목 주가도 10~20%대로 치솟은 후 3~4%대로 마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베트남 생산비중이 17%로 상대적으로 적은 영원무역(111770)은 상승 후 하락반전해 1.85% 내린 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받쳐주는 업체 위주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추정기관 3곳 이상 섬유·의복 종목 중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대비 늘어난 베트남 진출기업은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정도다. 한세실업은 3분기 영업이익이 496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원무역은 같은 기간 19% 증가한 934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섬유·의복업종의 경우 최근 증시에서 모멘텀을 형성할만한 재료가 없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실적과 환율 등 여러 요인들을 점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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