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여성기구 창설 자부심···양성평등 실현해야”

이화여대서 명예 여성학박사 학위 받고 수락연설
“여성에 대한 교육 2%p 확대되면 GDP 0.3% 성장”
“육아·가사 부담 남성 나눠지고 여성에게 기회줘야”
  • 등록 2015-05-20 오후 4:05:45

    수정 2015-05-20 오후 4:08:4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 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여성기구(UN Women)를 창설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2030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를 50대 50으로 평등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20일 오후 이화여대로부터 명예 여성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 수락연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돌봄 노동과 가사 부담을 2.5배 더 지고 있다”며 “여성의 짐을 더 많은 남성이 나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에 대한 존중은 기본이며 이제는 더 나아가 진정한 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며 “2030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를 50대 50으로 평등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유엔의 단결된 외침이며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또 “여성에 대한 교육이 2%포인트 늘어나면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는 0.3% 성장 한다”며 여성의 역량강화가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도외시하면 세계는 발전할 수 없다”며 “여성들에게 대등하거나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 총장은 또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기간 중 조직 내에서 여권신장이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10년 유엔여성기구(UN Women)를 창설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내가 취임했을 당시에는 유엔 역사상 고위직 여성이 소수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유엔 평화사절의 3분의 1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2006년 12월 제 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뒤 2011년 연임했다.

그러나 아직 양성평등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 총장은 “전반적으로 그 어떤 나라도 완전한 양성평등을 실현하지 못했다”며 한국에 대해서도 “교육·보건 분야에서 한국 여성들은 평등을 누리고 있지만 남성과 동일한 정치·경제적 권한을 누린다는 의미의 평등은 요원하다. 이제는 한국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평소 ‘한국 여성들이 왜 골프에 능한가’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답은 간단하다. 최고의 골프선수는 균형감각과 타이밍, 힘이 완벽하다. 한국 여성들이 가정 예산을 관리하고 하루 시간표를 잘 짜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반 총장이 이화여대로부터 수여받은 명예박사 학위는 남성에게 주는 첫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다. 이화여대는 반 총장이 제 8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에 공헌한 점을 인정,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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