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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이성기 기자]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52) 경남지사가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김 지사가 청구한 보석(조건부 석방)을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지난 1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77일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 보증금 2억원 가운데 1억원은 반드시 현금으로 납부토록 했다. 나머지 1억원은 김 지사 배우자가 제출한 보석보증보험증권 보증서로 대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에게 경남 창원의 주거지에만 머물도록 하고 자신의 재판만이 아니라 드루킹 일당의 재판에서도 신문이 예정된 증인 등 재판과 관계된 사람과 만나거나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명했다. 아울러 사흘 이상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출국하는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짜고 2016년 11월 무렵부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또 드루킹 일당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불법 여론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 측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한 뒤 지난달 8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19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빠른 시일 내 도민들에게 의무와 도리를 다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재판부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줄 것을 호소했다. 공적 인물인 만큼 도주의 우려가 없고,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허익범 특별검사 측의 공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보석 심문에서 “피고인에게 보석을 불허할 사유가 없다면 가능한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가급적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선 김 지사는 “뒤집힌 진실을 바로잡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