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건물에 180t 눈더미..마우나리조트 붕괴는 '예고된 인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0명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부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원인이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고된 인재(人災)’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사고가 난 건물의 경우 설계와 시공 때 부실공사가 이뤄져 안전상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수십년만에 내린 폭설로 경주 및 인근 울산 일대의 비닐하우스와 공장 건물 등이 무너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는데도 리조트 측이 건물 지붕의 제설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이 부실했다?

사고가 일어난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 건물은 높이 10m, 가로 36m, 세로 31m로 연면적 1205㎡의 단층건물이다. 건물 내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내부에 기둥을 세우지 않고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 패널로 덧대는 일명 PEB 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다. 특히 이 건물은 2009년 9월 준공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현행법상 안전점검 의무대상 건물은 연면적 5000㎡ 이상이기 때문이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해발 500m 동대산 기슭 694만2138㎡(210만평) 부지에 콘도와 골프텔 및 수영장 등이 들어선 대형 복합리조트다. 경주와 울산지역 시민들에게는 고급 리조트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최근 이용객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가족 단위 손님보다는 단체 손님 유치에 주력했고, 이를 위해 2009년 족구장으로 사용하던 부지에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을 지었다. 이처럼 당초 계획에 없던 건물을 신축하면서 부실 공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PEB 공법은 조립식이어서 전반적으로 약해 창고나 야적장 등에 주로 사용된다”며 “체육관을 지을 때는 쓸 수 없는 공법이어서 붕괴된 건물이 체육관으로 허가를 받았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붕에 가득 쌓인 180t 눈더미 때문에?

소방당국은 리조트 측이 체육관 지붕의 제설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붕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와 울산 일대에는 지난 9일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해 일주일 동안 최고 75cm, 평균 50cm가량의 눈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리조트 인근 울산 북구의 자동차 협력업체 공장의 지붕이 쌓인 눈에 무너져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이튿날인 11일에도 리조트 인근 공장 지붕이 폭설로 무너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등 제설 미비에 따른 사고가 잇따랐다.

그런데도 리조트 측은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에 대해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고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체육관 건물 위에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반적으로 1㎡에 눈이 50cm 쌓이면 하중은 150kg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전체 면적이 1205㎡였던 체육관 지붕에 소형승용차 약 180대 무게인 180t의 눈이 쌓여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부실공사로 지어진 건물에 제때 치우지 않은 약 180t의 눈이 지붕에 쌓여 건물이 무너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리조트 측이 제설작업을 하지 않고 체육관을 빌려준 경위와 시공 당시 건축 관련법 위반 사항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과실과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