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제약업에 진출했다. LG생명과학은 1979년 ‘럭키 중앙연구소’가 모태다. 1983년에 ‘LG화학 유전공학연구소’로 확대됐다 2002년 제약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분리됐다. LG생명과학은 매년 매출의 약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사 평균(7~8%)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신약’이라는 열매로 되돌아왔다. LG생명과학은 국산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생제 ‘팩티브’를 비롯해 인간성장호르몬 ‘유트로핀’,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 등 다양한 ‘국내 최초’ 기록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외국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가장 많이(21건) 한 곳도 LG생명과학이다.
◇10여년 지속한 연구개발 최근 결과물 속속 내고 있어
신약개발은 연구역량은 기본이고,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쏟아 부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단기성과에 연연하는 대기업들이 고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LG생명과학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열 분리됐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분기별로 적자가 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R&D 투자를 줄이지는 않았다”며 “백신, 호르몬제제, 필러제제, 당뇨병치료제 등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에 특화시키는 전략을 펼쳤다”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LG텔레콤 대표, LG유플러스 PM(퍼스널 모바일)본부 사장등을 지낸 정일재 대표로 2010년 취임했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LG그룹의 실세 CEO 중 한 명이어서 R&D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LG생명과학의 주특기는 영업이 아니라 R&D”라며 “연구개발 성과를 다른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고 매출을 올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G생명과학이 9년간 470억원을 투자해 2012년 출시한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248억원(전년 대비 74% 증가)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배 이상 늘어난 500억원 돌파를 자신한다. 제미글로 매출은 이제 시작이다. 제미글로는 2013년부터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아벤티스를 시작으로 현재 104개국에 진출하는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돼 현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다. LG생명과학은 제미글로가 장기적으로 LG생명과학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있다.
◇백신·필러도 수출 기개…합병으로 안정적 재원 확보 가능해져
이번에 유니세프와 납품 계약을 체결한 유펜타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 등 5세 이하 영유아들이 많이 걸리는 중증 질환 5가지를 한 번에 막는 백신이다. 전세계에서 WHO로부터 5가 백신을 승인 받은 제약사는 7곳에 불과하다. LG생명과학은 유니세프와 범미주보건기구(PAHO) 등을 통해 3년간 유펜타를 1억 달러(약 1120억원) 이상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는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210억원이 수출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브아르 수출의 95% 이상이 중국 수출”이라며 “우수한 기술력과 한류의 영향으로 이브아르의 중국 내 인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은 연 매출이 4500억원 정도로 한미약품이나 녹십자, 유한양행 등 대형 제약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R&D에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의미다. LG그룹은 지난달 LG생명과학을 LG화학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지 14년만에 다시 합쳐지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해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