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떡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긴 한데요…”

황우여 대표가 보낸 ‘러브콜’ 무색
민주당, 12일 범야권 대응 논의하는 ‘연석회의’ 참석
  • 등록 2013-11-11 오후 5:42:51

    수정 2013-11-11 오후 6:02:45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를 방문한 가운데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1일 민주당사에서 만났으나 갈등의 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황 대표는 이날 쌀떡이 든 선물상자와 난을 들고 민주당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반응은 싸늘했다.

새누리당은 엉킬대로 엉켜버린 국정난맥상을 풀겠다는 야심찬 명분을 내세웠지만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의혹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황 대표는 김 대표와의 회동에서 “양당이 새 당사를 마련했을 때 대표들이 와서 인사드리고 이야기를 나눴던 전례가 있어, 그동안 고생하신 김 대표를 만나 여야가 그동안 얽힌 것을 풀고 함께 일을 잘하자는 계기를 만들까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떡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긴 한데, 지금 황 대표와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박근혜정부가) 지난 대선과 관련된 사건들을 가지고 오히려 공약파기, 경제실정, 민생파탄 등을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을 꼬집었다.

이미 두 달도 훨씬 전에 이뤄진 당사이전을 핑계로 황 대표가 보낸 ‘어색한 러브콜’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이어 “저는 특검과 특위 ‘양특’으로 이 문제를 넘겨놓고 이제는 여야가 그야말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 법안과 예산심의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린 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양보 없이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음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는 인사청문회와 국회일정 잠정거부라는 ‘벼랑 끝 전술’로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인사청문회 기간 중 각 후보자의 자질검정에 집중하자는 취지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예·결산심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여권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인 셈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8일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과 관련한 검찰의 편파수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하룻동안 국회 보이콧을 한 바 있다.

문제는 여야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할 인화성있는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2일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범야권적 대응을 논의하는 각계 ‘연석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석회의’단은 이날 ‘국민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성명서를 채택하는 한편 박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 등을 압박하는 여론전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라서 여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밖에 13일까지 이어지는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국정감사 등도 여야의 대립점이 첨예하게 나타난다.

오는 18일까지 갈등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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