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신중' 모드…추가 완화는 9월 예상

블룸버그 설문조사…금리인하 속도 전망보다 늦춰져
佛 정치 혼란·美 대선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 영향
유로존 경제 최대 위험 요소는 트럼프 당선
"ECB, 정책 결정시 데이터 의존 더욱 심화할 듯"
  • 등록 2024-07-12 오후 5:47:04

    수정 2024-07-12 오후 5:47:0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빨리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경우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로 간주되면서, 즉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ECB가 통화정책 결정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관측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29명을 대상으로 지난 5~10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ECB가 지난달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9월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후 1년 동안은 예금 금리가 2.5%에 도달할 때까지 분기마다 한 차례씩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조사보다 금리인하 속도 전망이 다소 늦춰진 것으로, 유로존 경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현재 유로존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고 수개월 간의 경기침체에서 회복 기조는 사라지고 있다. 이에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로존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약화하고 인플레이션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ECB의 조속한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프랑스 조기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혼란이 가중된 것이 유럽 각국으로 하여금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부채 위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만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프랑스 조기총선 결과가 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ECB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1점부터 상당한 위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최대 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전문가들에게 요청한 결과 미 대선은 최대 위험 요소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기(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6월 조사와 비교해 1위와 2위 자리가 뒤바뀐 것으로, 보편 관세 10% 부과, 국방비 증액 요구 등과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유럽 각국이 정부 지출부터 무역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검토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ECB 정책 입안자들 역시 각종 경제지표 및 데이터를 확인을 우선시하고, 금리 경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ING의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현 시점에서 금리를 계속 인하할 시급성은 없다”며 “ECB는 결국 데이터 의존적 접근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 앞으로의 가이던스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적 불확실성과는 별개로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하하면 ECB도 대응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간밤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3%를 기록해 시장 기대(3.1%)보다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대비 3.3%로 월가 예상치(3.4%)를 밑돈 것은 물론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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