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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66)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원장이 “언니 오지랖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자, 피아니스트 이경숙(71) 연세대 명예교수도 “그 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거들었다.
우리나라 여류 피아니스트 1세대인 신수정(73)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는 후배들 말마따나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7년 전 서울대 퇴임후 국내 클래식계 대소사를 줄곧 맡아온 데다, 최근엔 제자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우승으로 각종 음악회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서다. 이런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연주회 무대에 선 신 교수는 “원래 이렇게 바쁜 사람이 아닌데 잔심부름이 많아 괜히 바빠 보이는 것”이라면서 “나보다 곱절은 바쁜 후배들이 무대에 함께 서줘 너무 고맙다”고 웃었다.
신수정·김남윤·이경숙 한국 클래식계 대모(代母) 3인방이 한 무대에 섰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토크앤콘서트’ 현장에서다. 이 세 사람이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 신 교수의 50년 음악인생을 들려주는 이번 연주회에서 김 원장, 이 교수는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보고 겪은 한국 음악사 이야기는 물론 신 교수와 번갈아 협연을 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에 김 원장은 “무서운 선배다. 잘 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 뒤 “선배가 있다는 위안감은 말로 할 수 없다. 라이벌 의식 그런 거 없다. 특히 바이올린이란 악기는 피아노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선배의 건강도 걱정했다. 김 원장은 “언니가 일이 너무 많다. 클래식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바쁘다면 바쁜 사람인데 언니를 보면 정신이 없다. 안쓰럽고 걱정된다”며 “이제 당신 몸도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남윤이도 얘기했지만 어려운 일만 있으면 수정 선배에게 연락을 한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그만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명심하겠다는 신 교수는 “경숙이는 배움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스승이자 연주가”라며 “모차르트 전곡, 브람스 전곡, 베토벤 전곡 등 쉼 없이 도전하는 친구다. 존경한다”고 칭찬했다.
신 교수는 모든 공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신 교수는 “한국 클래식 음악이 이런 수준에 오른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이애내, 신재덕, 정진욱 선생 같은 분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우리 선배들이 차근차근 쌓아온 결과물이다. 선배들에게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피날레 무대에서 신 교수는 슈베르트의 ‘바닷가에서’ ‘보리수’ ‘음악에’ 3곡을 바리톤 박흥우 리더라이히 대표의 음성과 함께 선보였다. “첫 곡은 선배들에게, 두 번째 곡은 여기 온 관객과 함께, 마지막 곡은 후배들에게 돌린다. 음악적 동료이자 절친으로 함께 한 많은 음악인과 계속 피아노 길을 같이 걸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