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 기관지 얇은 영아 노려"

독감에 이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 세기관지염 환자 급증
  • 등록 2014-03-11 오후 4:21:52

    수정 2014-03-11 오후 4:21:5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10개월 된 아들을 둔 최보람(여·33)씨는 며칠 전부터 맑은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심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1월 독감으로 방문했을 때보다 환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심한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 거렸다. 간호사는 “병원 오는 아이 중 대다수가 장염이나 독감, 급성 세기관지염”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침이 심했던 그녀 역시 진료를 받자 기관지염으로 진단됐다. 어린이집에서 급성 세기관지염에 전염된 아들로부터 전염돼 그녀 역시 병에 걸린 것이다. 그녀를 진료한 의사는 “요즘 아이에게 옮아 기관지염 증상을 보이는 어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꺾일 줄 모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공격

독감의 원인 병원체인 인플루엔자(IFV) 바이러스의 기세가 여전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수만명이 넘는 독감환자가 발생한데 이어 최근에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급성 세기관지염과 기관지염 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급성 세기관지염의 주요 원인이었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보다 더 많은 검출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추운 날씨 탓에 건조한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겨울 특성상 바이러스와 세균 증식이 원활하고 예년보다 극심한 독감이 유행하면서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발전한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가을에 주로 이루어져 효과가 다한 데다 잘 생기는 환절기와 맞물리면서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의 지속효과는 개인차가 있으나 통상 3~6개월 정도다.

전유훈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독감환자가 전월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 세기관지염도 많아 3~4월까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유 거부하고 자주 보채는 아기 의심해야

급성 세기관지염은 말단 세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산소교환이 잘 안 되는 질환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주된 원인이지만 올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으로 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폐까지 이어진 1차선 도로에 그 어떤 장애물이 생겨 산소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해 숨을 쉬기 힘들어 진 것. 과거에는 모세기관지염이라고 했지만 정식 명칭은 급성 세기관지염이다. 2세 미만에서 주로 생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3일 간의 잠복기를 거쳐 콧물과 코막힘, 미열,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이 나타난 뒤 점차 호흡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호흡수가 빨라지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코가 심하게 벌렁거리거나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횟수가 잦다. 증상이 천식이나 폐렴과 비슷해 혼동하기도 한다.

특히 아기들은 밤에 기침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수유가 어려워 잘 먹지 않는다. 편하게 눕는 것을 꺼리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다가 지치거나 보채는 경우도 많다. 심하게는 입술과 손가락 주변이 푸른색으로 변하기도 한다.호흡이 곤란해 숨을 내쉬는 시간이 길어지고 늑골과 가슴 밑이 꺼지기도 하며 수분 발산이 많아져 탈수증에 빠지기도 한다.

전 교수는 “인플루엔자의 전염성이 강해 급성 세기관지염을 앓는 아이를 안고 수유하거나 돌보는 엄마들 역시 기관지염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늦은 결혼과 노산, 맞벌이 가족에 따른 환자 급증

급성 세기관지염이 돌 무렵의 아기가 잘 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 번째는 뱃속에서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후 9개월 이후 고갈됐기 때문이다. 만 9개월 이전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어 큰 질병에 걸리지 않지만 돌 무렵이 되면 쉽게 감기 또는 질병에 걸리게 된다.

두 번째는 성인에 비해 기관지가 몹시 얇은 특성 탓이다. 세기관지는 기관지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으면서 얇은데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매우 가늘어 적은 양의 염증으로도 쉽게 막힌다.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기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미숙아는 제 주수를 채우고 태어난 아기보다 모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폐가 미성숙해 심호흡계가 취약할 확률이 높다. 결혼이 늦어지는 사회적인 분위기상 노산 역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출산한 산모 5명 중 한 명(21.6%)이 고위험 임산부에 해당하는 35세 이상이었고 기형아로 태어난 아기도 6년 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워킹맘의 증가로 일찍부터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영유아가 증가한 것도 관련이 크다. 많은 영유아가 함께 생활하는 장소는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이 전염되기 쉽다.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인공수유가 늘어난 것도 그렇다. 분유 성분이 좋아졌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인자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모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환기만으로도 예방 효과, 겨울과 환절기에 더 신경써야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수유를 조금씩 자주하고 수분섭취를 늘리며 습도를 조절해주는 대증치료를 하지만 영아는 탈수나 호흡곤란으로 응급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입원 치료를 권한다. 생후 3개월 이내 또는 미숙아나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는 특히 위험하다.

치료는 산소를 투여해 저산소증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정맥을 통해 수액으로 탈수를 예방하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전해질 교정도 실시한다.

호흡이 불편하면 아기들이 수유를 거부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다가는 탈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조금씩 자주 먹이고 잘 때는 상체를 30~40도가량 높여 숨쉬기 편안한 자세를 취해준다. 세기관지염이 반복된다면 천식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세기관지염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천식으로 이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세기관지염과 천식의 증상이 비슷해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급성 세기관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를 자주 시키고 적정한 습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또 부득이하게 어린이가 단체생활을 한다면 바이러스 유행 전 예방접종을 하고 환자 발생 시 등원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전유훈 교수는 “추운 날씨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고 환기를 잘 하지 않는 겨울철과 환절기에는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고 전파되기도 쉬우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다녀오면 꼭 손을 닦고 개인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기침하는 환자는 마스크를 쓰거나 입을 가리고 기침하는 예절을 지켜야 전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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