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종료된 2016년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결과, 최저경쟁가격(2조5779억원)보다 4673억 원 저렴하게 2조1106억 원에 100MHz폭이 팔렸다. 시작 가격보다 실제 낙찰된 주파수 가격이 떨어진 것은 7620억 원(최저경쟁가격)짜리 700MHz 주파수(40MHz폭)가 유찰된 이유에서다. 정부는 140개(140 MHz)를 매물로 내놨는데, 이중 100개(100MHz)만 팔린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는 의아한 구석이 있다.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여러 기업이 경쟁해서 가장 많은 돈을 써 내는 기업이 차지하는 방식인데,이번 경매는 그간 세 차례의 경매 중 가장 빨리 종료된 데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이통3사가 주파수를 가져갔다.
경매 종료는 이날 오전 11시께 공식 자료로 발표됐지만, 4월 29일 첫 경매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첫날 7라운드까지 경매가 진행됐는데, 7라운드 때 6라운드의 경매결과와 다른 입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의 휴가 이후 8라운드가 시작된 오늘 아침, 통신사들은 “어쩌면 경매가 종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경매 규칙상 연속 두 라운드에서 추가 입찰자가 없다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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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광대역 주파수(A, C,D블록)는 한 통신사가 한 곳만 가져갈 수 있게 해서 사실상 SK텔레콤은 D블록(2.6GHz 40MHz폭)을 노릴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SK가 C블록(2.1GHz 20MHz)를 가겨간다면 다른 광대역 주파수는 소유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주파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SK로서는 받을 수 없는 ‘패’다.
KT 역시 이번에 광대역 주파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쓰고 있는 B블록(1.8GHz 20MHz)을 최저가격에 확보함으로써 단말기 교체 없이 LTE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5G에 올인하는 KT로선 당장 LTE 주파수로 판을 뒤흔들기 보다는 5G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3사는 가장 ‘이성적’으로 자기에게 원하는 주파수를 찾아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일부대역을 최저가격보다 3000억 원 정도 더 주고 샀지만, 총 60MHz 주파수를 예전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받았다는 점에서 웃는다. 주파수 경매 결과를 사용기간별(5년) MHz 당 가격으로 바꾸면 SK텔레콤은 106억 원, KT는 113억 원, LG유플러스는 191억 원이 돼 가장 효율적인 경매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KT로서는 당장은 무선 트래픽 수용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번 경매로 광대역 주파수를 갖게 된 SK나 LG와 달리 중장기적으로 주파수가 급해졌다. 정부에 LTE-TDD 주파수 경매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00MHz가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등과의 혼신 우려로 유찰된 상황에서, 지역 민방 등 다른 지상파 회사들이 UHD 용도로 내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주파수 경매도 이번같은 양상을 띨 전망이다. 경쟁사를 골탕먹이기 위해 무조건 원하지 않는 대역의 가격을 올렸다간 5년, 10년 이후 재할당 받는 자사 주파수 가격도 올라갈 수 있음이 증명됐고, 이런 규칙때문에 통신사들은 이성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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