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 투자'에 거는 기대

  • 등록 2015-10-14 오후 5:05:37

    수정 2015-10-14 오후 5:05:3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 의장은 스탠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1974년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 표준규약으로 쓰는 TC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를 설계했다. 인터넷은 원래 미국 국방부가 미 전역에 분산된 대학들의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려고 만든 것이다. 그러나 TCP의 발명은 폐쇄적 목적의 인터넷을 월드와이드웹(www)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준비하고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를 취재하면서 이 서비스가 정보화 시대의 초석을 닦은 TCP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기존 퀀트 투자에 쓰이던 인공지능 투자 알고리즘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막대한 자산을 가진 사람이 많은 수수료를 내고 개인 자산관리를 받던 것을 기계의 힘을 빌려 값싼 서비스로 대중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 증시가 활황이었다지만 주변을 보면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없다. ‘원숭이가 찍어도 되는 장(場)에서 원숭이만도 못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오늘도 주식과 펀드를 고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펀드 수는 지난달 현재 1만3000여종에 육박한다.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숫자인데 펀드에 투자된 자금 규모는 세계 13위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허울 뿐인 ‘좀비펀드’가 많다는 이야기다. 저금리 시대에 쥐꼬리만한 은행 이자는 포기한 지 오래, 결국 적은 돈이나마 불리려면 증시를 기웃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투자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봤자 수익은 커녕 까먹기 쉬운 존재로 다가온다.

미국 국방부 안에서만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던 인터넷이 전세계에 퍼지고 세상을 확 바꾸게 된 원동력은 대중화 덕분이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소수만 점유하던 고급 투자기법을 성공적으로 대중화해 필부필부들도 고급 자산관리를 통해 더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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