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학 동아리'에 의사·기업 임원 연루…檢 "투약 후 수술·운전도"

檢, 대학생 마약 연합동아리 회장 추가 기소
상장사 임원은 소환 요구 후 해외 도피 시도
관련 의사는 구속해 의료 현장에서 격리
  • 등록 2024-09-26 오후 2:46:34

    수정 2024-09-26 오후 2:50:48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마약 투약·거래가 발생한 전국 2위 규모의 대학생 연합동아리 범죄에 의사와 상장사 임원 등 일반인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마약 투약 후 수술을 진행한 의사와 약물운전을 일삼은 코스닥 상장사 임원을 구속 기소하고, 해당 동아리를 조직한 회장 염모(31)씨와 동아리 임원 등 앞서 구속 기소된 일당 3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염씨와 동아리 임원 이모(25)씨, 동아리 회원 A(22)씨를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30대 중반 의사 B씨와 40대 중반 상장사 기업 임원 C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마약을 매수하거나 투약한 20대 여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단순 투약을 자백한 회사원 1명을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염씨는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조직한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수수·투약·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당시 연세대 학부생이던 염씨는 2021년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만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가 외제차량과 고급호텔·파인다이닝·회원전용 숙소·뮤직 페스티벌 입장을 무료나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해 서울대와 고려대 등 수도권 13개 대학의 재학생 약 300명을 모았다. 그는 같은 동아리 임원 이씨와 활동률이 높은 회원을 선별하고 마약 투약과 구매를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염씨는 동아리뿐 아니라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각종 모임에서 만난 이들도 고급 호텔과 클럽 등지로 초대해 마약을 투약하거나 판매 또는 제공했다. 그는 특정 영상을 시청하면 마약의 환각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해당 영상을 공유했는데 공유 대상에는 대형병원 의사 B씨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12일 구속 기소된 B씨는 9년 경력을 지닌 서울 소재의 상급종합병원 임상강사로, 마약류 진통제 처방을 수반하는 수술을 직접 집도하는 마약류취급자였다.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약 한 달간 마약을 3회 투약했으며 투약 당일 병원에 출근해 환자 7명을 수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진행한 수술은 투약 효과가 지속된 상태에서 이뤄졌을 수 있다”며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는지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C씨는 미국 대학 출신의 코스닥 상장사 임원으로, 2020년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해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C씨는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염씨에게 마약을 받아 투약한 대학생 D씨와 서울 소재의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13㎞ 구간을 운전했다. 그는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뒤 해외 도피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C씨를 출국금지하고, 지난 11일 그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대상 피의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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