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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그 속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8개월 만에 등장하며 다음달 ‘금리 인하’ 불씨를 살렸다. 반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저성장·저물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해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감 경계에 나섰다.
소수의견 등장…통방서도 경계감 높아져
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8개월째 금리가 1.5%로 유지됐다.
주목할 점은 8개월 만에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채권 전문가는 소수의견만 나와도 채권시장이 금리 인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한은이 소수의견을 낸 후 다음달 열린 금통위에서 어김없이 금리 인하 수순을 밟아왔다는 것이다. 앞서 이데일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내놓은 다음 3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세계 경제 동향 또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과 유로지역은 회복세가 다소 약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며 지난달 미국과 유로지역이 완만한 개선세를 보였다는 것과 표현이 바뀌었다.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한계 강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려 애썼다. 이 총재는 대외여건이 불확실하고 이런 때일수록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대외여건이 불확실할 때는 금리 인하 효과가 지금으로선 불확실한 데 비해 이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된다”며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을 언급했다.
미국이 통화정책 재검토에 나서는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완화기조로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지만 이를 국내에 무작정 적용하긴 어렵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금융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우리나라 사정상 ‘상식을 뛰어넘는’ 통화정책이 나오긴 어렵다고 역설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을 한 나라는 기축통화국이었다는 것. 그는 “지금 금리 조정 여력도 있고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당장 닥친 것도 아니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할 단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 보고 판단하겠다”며 “대외여건 불확실성 높은 상황에서는 금리 조절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