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중대기로'…국민연금 선택은

ISS "삼성물산 주주들 합병 반대해야" 권고
엘리엇 "환영" 삼성물산 "경영환경 반영 못해" 반발
외국인 투자자·국민연금 선택에 관심 집중
  • 등록 2015-07-03 오후 10:36:40

    수정 2015-07-03 오후 10:56:38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3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합병반대 권고로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028260)의 합병은 중대 기로에 섰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지분을 제외하고도 약 26%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이 표심이 합병반대 쪽에 쏠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ISS보고서가 삼성물산의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최근 국내외에서 ISS의 권고에도 합병이 승인되거나 안건이 통과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합병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ISS “합병 반대해야”…1대 0.95 제시

ISS는 이날 보고서에서 합병 반대의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하다(Significantly Disadvantages)는 점을 들었다. 보유 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된 시점에 합병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 비율이 1대 0.35가 아닌 1대 0.95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ISS는 합병 이후의 수익 전망도 ‘지나치게(hugely)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ISS는 “경영진이 주장하는 양사 합병 시너지는 대부분 제일모직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모직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단순히 제일모직에 투자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즉각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삼성물산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지난 1일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법원 결정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ISS따라 외국인 투자자 합병 반대할까

ISS의 권고는 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른 의결권 자문업체인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도 지난 1일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현재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이 엘리엇(7.1%)를 제외하고도 26.2%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합병 반대에 나선다면 삼성물산 제일모직의 합병안 통과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ISS의 권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ISS의 권고에도 실제 주총에서는 합병이 승인되고 안건이 통과된 경우도 상당수 나왔다는 것이다.

ISS는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피아트 주주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며 반대 의견서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주총 참석자의 80%가량이 찬성해 양사 합병은 승인됐다.

2013년 메트로PCS와 T모바일 USA의 합병에서도 ISS의 입장은 합병 반대였으나 주총 결과는 합병 승인이었다. 2012년 클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을 앞두고도 ISS는 “장점이 매우 미미하며 시너지가 의문스럽다”는 견해를 냈지만 합병안 찬성률은 무려 99.4%에 이르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철저히 수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ISS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삼성이 배당성향 상향 조정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무조건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의 선택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10.15%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와 무산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ISS가 찬성한 SK와 SK C&C의 합병을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차익만을 추구하는 외국 헤지펀드에 맞서 이번 분쟁을 국익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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