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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사가 진행하는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은 12일 오후 4시에 마감했다. 지난 5년간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왔던 롯데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심하던 신라면세점 역시 불참 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의 대기업 쏠림 현상에 대해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미 대기업의 점포 수 점유율이 60%를 넘지 못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다 면적 기준으로 대기업의 점포를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현재 대기업의 면세점 점포 수 기준 점유율은 52.8%로 제한선의 턱밑까지 차 있다. 매장 면적 기준으로는 대기업의 점유율이 75%에 달하고, 매출 기준으로는 롯데면세점(51.1%)과 신라면세점(30.2%)만 합쳐도 80%가 넘는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제주공항 면세점이 알짜 사업장으로 평가되지만, 면적 규모는 409㎡(124평)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등에 비해 작다. 가뜩이나 점유율이 높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주공항 면세점까지 가져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형식이지만, 자칫 무리해서 입찰에 참여할 경우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들로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제주 관광 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또한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에 지원해왔던 상생 전략을 발판으로 중소기업 제품 입점을 확대하고 해외 판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측은 “지난해 7월에는 김해공항 입찰 때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구역을 나눠서 입찰했기 때문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단일 사업장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면서 “상생경영 실천 차원에서 이번 입찰에는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라가 빠진 이번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004170)는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점 업계에 뛰어든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와 신라보다 60%나 많은 640억원을 써내 운영권을 따냈다. 후발 주자인 신세계는 사업장 추가 확보가 절실하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001740)는 이번 입찰에 불참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사업을 검토하던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제주공항 입찰에서는 전략적으로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찰 설명회 자리에 왔었던 현대면세점(현대아산)도 불참했다.
이밖에 하나투어(039130) 등은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공항공사는 13일 오후 2시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낙찰된 사업자는 앞으로 5년간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받는다. 지난해 제주공항 면세점의 매출은 611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13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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