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6일에 이어 이날 오후 늦게 다시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군공 담당자를 불렀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채권단과 군공의 입장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은 군공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자탕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군공은 기존 PF 대출 원금 상환 및 연체이자 분할상환이 받여들여지지 않으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군공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공 관계자는 “PF 대출 원금은 약속한대로 올해 400억 원을 받고, 나머지(450억원)는 내년에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자의 경우 2년 유예하고 이자율도 현재 10.5%에서 회원들한테 주는 이자 수준인 5.4~6.1% 정도로 낮출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양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채권단에서 우이동 사업장의 2순위 채권자 자리를 주겠다고 역제안했는데, 그건 제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군공은 회원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워크아웃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난 3월부터 계속 협상을 해왔지만 10월 중순 이후 채권단이 돌변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 한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이지만, 현재까지 지원된 금액은 5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된다”며 “조선사의 경우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RG(선수금환급보증)가 축소되지만, 건설사는 대출증가에 따른 이자비용이 고스란히 증가하는 구조로, 선뜻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자금지원이 이뤄질 경우 채권단도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중재 노력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사실상 전 정부가 쌍용건설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바뀐 만큼 금융위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쌍용건설의 자금지원 문제가 불거졌던 올해 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중견 건설업체에 대한 회생론을 펼쳐 채권단 간 갈등을 봉합했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이번 중재 노력은 전 정부에서의 구조조정 기조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이 바뀐데다, 두 차례나 금융위가 발벗고 나서서 쌍용건설을 구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조금융의 의미가 전 구조조정 기업을 살리자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며 “쌍용건설의 경우에도 현 정부가 과거처럼 관치를 통해 채권단을 쥐어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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