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통신사 CEO 형사고발까지 언급된 보조금 규제

  • 등록 2014-03-05 오후 5:15:09

    수정 2014-03-05 오후 5:15:0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 번 더 시정명령을 위반하면 대표이사나 관련 임원을 형사고발 한다고 합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 3사에 한 말이다. 어떤 사람은 80만 원 주고 최신폰을 사고, 어떤 사람은 5만 원폰을 사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이용자 차별에 대한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나,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방통위의 보조금 시정명령을 안 지켰을 때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부가 이번엔 영업정지이지만, 다음에 또다시 시정명령을 어기면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것이다.

미래부의 반응이 방통위로선 전부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 행정행위를 미래부가 다시 처분하는 것이) 입법 미비라 하더라도 보조금 과열이 너무 심각하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시정명령 위반 시 규제주체에 대해 미래부와 협의했고,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9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 통과률이 2.4%에 불과한 미방위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방통위와 미래부 두 곳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통 3사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 30만 휴대폰 유통 소상공인들도 두 시어머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8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각 부처의 장이 참석한 가운데, 700㎒ 주파수 대역 사용 및 UHD 방송 등 방송통신 업계의 현안에 대해 정책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단말기 보조금은 소비자 입장에서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의 보조금은 소비자들이 값비싼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3만원 대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10만 원 보조금을, 6,7만 원 대 요금제 고객에겐 40~50만 원의 보조금을 주거나, 주말 야밤과 주중 일과시간의 보조금 차이가 최대 100배 가까이 나는 현상이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으려 해도 선택권이 없다.

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보조금을 미리 공시하고 차별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여야가 종합편성채널 편성위원회를 회사 측과 종업원 동수로 구성토록 강제해야 하는가를 두고 싸우면서 좌절됐다.

문제는 단통법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규제는 갈수록 거세지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2008년 초 논란 끝에 법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2010년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방통위는 단말기를 살 때 27만 원(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이익+가입자 1인당 평균 제조사 장려금에서 조성된 단말기 보조금) 이상 보조금을 주는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이 기준으로 수백·수천 억 원의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반복해 오고 있지만 도돌이표일 뿐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27만 원이라는 불법 보조금 판단 기준을 현실에 맞춰 높일 계획이다. 언제까지 정부의 엄포와 사업자의 위반, 그리고 강한 규제와 하소연이 반복돼야 할까.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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