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의 우리 측 쌍두마차였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역할도 재조명 받는다. 김 실장의 ‘뚝심’과 홍 장관의 ‘브레인’이 시너지효과를 내 합의안을 끌어냈다는 평이다.
김 실장은 무박 4일, 장장 43시간에 걸친 회담 내내 단 한 번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육군 소위로 임관해 40년 군에 몸담은 ‘뼛속까지 군인’임을 제대로 보여줬다. 한때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김 실장은 절대로 흥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이 자신 있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던 건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오른 김 실장은 이례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이후 사실상의 군 서열 1위이자, 국가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측이 처음부터 협상 파트너로 김 실장을 지목한 것도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반대로 김 실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한차례 만난 적이 있는 구면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불러냈는데, 결과적으로 황 국장의 등장은 우리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분야 ‘브레인’으로 통하는 홍 장관의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수석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통일부 장관으로 직행한 독보적 인물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구상’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달변인 홍 장관은 이번 접촉에서도 논리 정연함으로 북측 대표단을 압도했다고 한다. 홍 장관은 이날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협상 과정에서 북측에 가장 많이 한 얘기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안 보이면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