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간 롱숏펀드, 올해는 다지기 들어간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공동대표 인터뷰
올해 인기끈 롱숏펀드.."수익률보다는 변동성 통제에 초점"
내년 증시 역시 박스권..日·中리스크에 상단 제약될 것
  • 등록 2014-01-06 오후 7:07:51

    수정 2014-01-06 오후 7:07:5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2013년 펀드업계의 화두는 ‘롱숏펀드’였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롱)하고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공매도(숏)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고 변동성을 낮추는 롱숏펀드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롱숏펀드의 인기를 주도했던 것은 대형 자산운용사도, 증권사를 끼고 있는 자산운용사도 아니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라는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6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김영호 공동 대표이사를 만나 롱숏펀드 인기의 비결과 2014년 증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앞서나간 롱숏펀드, 수익률보다는 변동성 통제

“사실 저희의 ‘다이나믹코리아 50’의 경우, 이미 지난 2011년에 출시된 펀드입니다. 지난해 뜬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뒤늦게 빛을 본 셈입니다.”

김 대표는 롱숏펀드의 인기 비결을 묻자, 사실 오히려 뒤늦게 조명을 받은 펀드라고 답했다. 이미 3년 전 부터 우리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며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고 중수익중위험 구조의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박스권 증시와 저금리가 장기화된 2013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롱숏펀드가 유독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2013년 롱숏펀드에 쏟아진 지금 중 85%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다이나믹코리아30’과 ‘다이나믹코리아50’으로 집중됐다.

김 대표는 수익률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라 분석했다. 그는 “수익률을 쫓으면 리스크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강세를 보이는 장이 온다고 가정하면 했을 때 우리도 차화정을 포트폴리오에 듬뿍 담아야 수익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을 알지만 정해진 비율 이상 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오를 때도 중요하지만 내릴 때 어느 만큼 방어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한 종목이나 업종이 상승 사이클을 탄다고 해도, 수익률을 쫓으며 변동성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또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리서치팀을 통해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 상승 하락의 이유를 분석하는 점도 무기다. 18명의 리서치팀이 직접 탐방을 다니는 것은 물론, 매일 투자종목을 놓고 토론과 의견 조율을 한다. 김 대표는 “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리스크는 원금을 까먹는 확률이 아니라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훼손됐는지 여부라 정의하다 보니 탐방이나 회의가 잦다”며 “리서치팀의 치열한 토론과 회의로 투자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7시30분 부터 개장 전까지, 또 일요일 오후에도 회의를 열며 철저한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만의 고유한 철학이 담겨있다 보니 최근 다른 대형자산운용사의 ‘롱숏펀드’ 출시에도 두렵지 않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롱숏펀드 시장의 경쟁 자체는 더욱 치열해 지겠지만 외연이 넓어지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박스권 증시 계속 될 것”

그렇다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우리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우증권과 대우경제연구소에서 활동한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 대표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보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보는 편”이라고 전제한 후, “올해 증시는 방향은 지금보다야 위 쪽이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코스피 밴드로 1900~2350선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증시를 가둬 둔 코스피 2100선을 돌파하겠지만, 최대치로 올라가봐야 2350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우리 증시의 성장성을 막을 것이라 내다봤다 .

이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행을 앞두고 엔-달러는 104엔 까지 상승하는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엔의 방향성 보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따라 달러 강세로 펼쳐지는 상황인 만큼, 엔-달러가 110엔을 뚫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본격화될 수록 우리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

중국의 버블 우려도 걸림돌이다. 2013년 중국은 수출 중심의 외적 성장보다 내수 소비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 부동산이나 시보(SHIBO)금리는 아직 조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 결국 버블이 그대로 남은 채로 경기둔화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현재 예상보다 0.1~0.2%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민감주 등 우리 증시에는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보호주의 무역을 강화한다는 것”이라며 “수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005930) 등 IT주 역시 미국과 유럽 등의 보호주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엔저에 방황할 공산이 높다.

그는 “우리 증시를 이끌 주도주가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굳이 성장성을 보이는 주를 꼽자면 내수주 중 엔터테인펀트, 헬스케어주, 유통주, 식품주 등”이라고 평가했다.

자산 늘리기보다 다지는 한 해 만든다

김 대표는 “지금 롱숏펀드와 헤지펀드가 유명하지만, 우리에겐 성장주 펀드, 가치주 펀드, 인덱스펀드, 채권펀드 등 다양한 라인업이 구비돼 있다”며 “올해도 박스권 장세가 되는 만큼 마케팅으로는 중위험 중수익형 구조의 상품(롱숏펀드), 인덱스펀드, 가치주펀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을 치열하게 달린 만큼, 올해는 다지기 한 판에 들어간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최고의 자산운용 그룹이 되는 것”이라며 “2014년 역시 2013년 만큼만 되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고 입을 뗐다. 다만 외연을 확장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기보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금 유치한 기관의 일임 자금이나 사모펀드에도 몰두할 계획이다. 그는 “공모펀드 자금을 늘리고 싶고, 또 늘려야 하는 것이 과제이지만 시장 상황상 대규모 자금 유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운용하고 있는 10조원 가량의 일임성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탁고를 탄탄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기금투자풀을 신청하지 않은 것 역시 기존에 설정된 자금의 운용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에서 기인한다.

김 대표는 “수수료 탓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매니저들이 운용할 수 있는 어카운트가 거의 차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외형을 키우기보다 운용하고 있는 자금의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문난 맛집에 손님이 끊기지는 않는 법. 지난해 설정한 두번째 헤지펀드 ‘탑건2호’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맡은 이번 헤지펀드 2호에는 설정 첫 날 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김 대표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아직 3년을 채우지 못해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헤지펀드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서인지 기관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증권사를 끼고 있는 자산운용사가 아닌 만큼, 잘 조직된 판매망이나 강력한 네트워크는 없지만 임직원이 지분을 가지고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내세웠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닥친다 해도 우리 스스로 참아 내며 계기를 만들면 되는 셈”이라며 “2014년에도 우리의 운용철학을 꾸준히 지키며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강원도 삼척 출신이다. 고려대 문과대를 졸업한 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석사를 마쳤다. 1994년 7월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해 국제금융분석을 맡으며 거시경제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외신과 번역 자료를 의존하던 당시, 직접 해외를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떨쳤다. 1999년 11월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분석 및 전략팀장을 역임했다.

2003년 5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전신인 IMM투자자문으로 옮긴 후, 현재까지 리서치와 경영 관리 총괄을 맡고 있다.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황성택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 및 부사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경제분석과 투자전략 수립 경력만 19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보다는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주변에서는 ‘객관적일 뿐더러 언제나 공부하는 이코노미스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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