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력’ 안희정 면죄부에 "미투 검증해야" Vs"미투에 찬물"

법원 "위력 동원한 성폭력 입증못해" 안 전 지사에 무죄선고
시민들 "미투가 사실 아닐 수 있다는 것 드러낸 판결"
여성단체 "미투운동에 찬물, 구조적 변화 갈 길 멀어"
  • 등록 2018-08-14 오후 12:01:09

    수정 2018-08-14 오후 12:23:04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이윤화 기자] 위력을 동원해 비서에서 상시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안 전 지사가 피해자 동의없이 위력을 동원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고 진술이 엇갈린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은 무리한 폭로에 대해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반응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원의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란 반발이 엇갈린다.

안 전 지사는 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29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각각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해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강제로 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도지사로서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에게 명시적 동의의사를 표명한적 없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거절한 태도를 보인적 있고 내심 마음속으로는 반대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33)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나섰다. 미투 운동에 촉매제가 됐던 이번 사건은 미투 운동과 관련한 사실상 첫번째 판결이다.

익명을 요구한 박모(30)씨는 “안 전 지사가 가해자, 김씨가 피해자로 그동안 인식돼 왔는데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미투 운동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것을 증명한 만큼 그동안 터져나온 미투를 좀더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모(32)씨는 “유명인인 안 전 지사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안 전 지사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 전 지사가 무죄를 받을 만한 증거들이 나왔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미투운동으로 촉발한 시대변화에 찬물을 끼얻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투운동이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미투 물결이 있을 때 사회가 변화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사회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윤원정(22) 동국대 총여학생회장은 “설마 무죄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학교에서도 미투 운동을 시작한 이후 성폭력 제보를 계속 받고 있었는데 앞으로 미투에 대한 소극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검찰이 징역 4년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안희정은 방금 재판이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얼굴을 당당히 내놓고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너무 뻔뻔하다”고 분노했다.

30대 여성 유모(33)씨는 “피해자 김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투운동에 동참했는데 법원이 김씨를 무시했다”며 “향후 가해자의 권력을 두려워해 고발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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