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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렇게 호소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 갑자기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자율 협약(채권단 공동 관리)이 종료되면 다음주 월요일에 돌아오는 수백억 원 규모 어음이 부도 처리되고 금호타이어가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가는 등 법률 절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달 30일은 모든 게 겹쳐진 데드라인(한계선)”이라고 말했다.
오는 30일은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회사와 노조에 제시한 자구안 합의 및 외국 자본 유치 동의 시한이다. 이날을 넘기면 자율 협약(채권단 공동 관리)이 끝나고 어음 만기가 도래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해진다. 산업은행은 지난 2일 중국계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금호타이어 노조는 한 달 가까이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오는 30일에도 총파업을 한다.
이 회장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되면 저희는 법정관리로 가는 기계적인 절차만 남을 뿐”이라며 “어음이 부도나고 증권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는 것은 저도, 청와대도, 아무도 못 막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사 노동조합이 이날까지 끝내 매각에 반대하면 법정관리에 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타이어뱅크 등은 금호타이어 부실의 주요 원인인 중국 사업장 회생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 공장 정상화가 금호타이어 회생의 핵심”이라며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6463억원에 사는 것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실무진 검토 결과 중국 공장 정상화에만 6000억~7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장을 떼어내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어느 누가 들어와도 중국 공장 정상화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산업은행이 중국계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인수 기업으로 낙점한 것도 더블스타가 자체 판매망 등을 활용해 금호타이어의 중국 내 부실 사업장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다.
이 회장은 자율 협약 종료까지 겨우 이틀을 남겨둔 현재 “금호타이어 노조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접촉이 안 되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 2명이 금호타이어 직원 5000명과 그 가족의 생존권을 쥐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행법상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동의했음을 인정받으려면 노조 집행부가 직접 해당 안건을 부의(附議)해야 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찬반 투표 대신 오는 30일 또다시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본사와의 협상 내용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국GM 실사에 필요한 자료가 형식적으로 85% 가까이 들어왔지만, 진짜 필요한 자료는 아직 안 들어왔다”면서 “어제 배리 엥글 GM 인터내셔널(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전향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실사가 예정대로 끝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산업은행이 한국GM에 제공하기로 한 브리지론(운영 자금 단기 대출)의 경우 “한국GM이 다음달 27일 필요한 돈이 4억 5000만 달러”라며 “본계약을 체결하고 뉴머니(신규 자금)가 들어오면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실사 기간 중 필요한 돈에 대해 GM과 같은 조건으로 담보를 잡고 저희 지분만큼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브리지론은 4월 27일까지 실무진이 협의할 것”이라며 다음달 20일쯤이면 한국GM 재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간 보고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