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을 넘어…지금 만나러 갑니다"

상봉 대상자 속초 한화콘도로 집결
건강검진과 가족등록 등 사전 작업
내일 오전 CIQ 넘어 금강산으로
  • 등록 2014-02-19 오후 5:54:34

    수정 2014-02-19 오후 6:37:06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1차 상봉 대상자들이 도착, 등록을 하고 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3명은 동반 가족 61명과 함께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북한 금강산에서 1차 상봉을 가진다.(사진 연합뉴스)
[속초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가보면 알겠지, 핏줄이 뭔지. 뜨겁게 포옹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싸늘하게 돌아갈지. 나는 뜨겁게 누님을 안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버지 박운형(92)씨와 함께 북에 있는 큰누나를 만나는 박철씨는 만남의 ‘설렘’보다는 헤어짐의 ‘아픔’을 먼저 걱정했다. 고령의 아버지가 2박3일간의 이산가족상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받을 충격이 먼저 가슴에 와 닿았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큰누나이지만 평소 아버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이산가족)100명 중 섞어놓고 누나를 찾으라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북에 있는 손자를 만나는 백관수(90) 할아버지는 사전등록 시간을 3시간30분 앞둔 오전 10시30분쯤 딸 백운경(47)씨와 함께 가장 먼저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했다. 백 할아버지가 들고온 큰 가방 3개에는 손자에게 선물할 내복, 의약품, 화장품 등이 가득했다. 손자가 좋아할 것 같아 북에서 암암리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초코파이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 할아버지는 애초 아들과의 상봉을 신청했지만, 아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손자를 만나게 됐다. 백 할아버지는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손자가 원망하는 눈으로 나를 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20~22일 2박3일간 열리는 1차 상봉 하루 전날인 19일. 남측 이산가족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이 금강산으로 떠나기 전 하룻밤을 묵을 한화콘도에 집결했다. 애초 83명이 상봉 대상자였지만, 이근수(83)씨가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 지난해 9월 확정된 상봉 대상자 96명과 비교할 때 14명이나 인원이 감소했다. 이산가족의 연령이 70~90대에 집중돼 있어 사망과 건강 악화 등으로 상봉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측은 상봉 대상자가 고령임을 고려해 대한적십자사 소속 의사 5명과 간호사 5명, 응급차 인원 1명, 지원 인원 1명 총 12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혈압체크 등 간단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지원 의료진인 강석우 내과 과장은 “날씨가 최근 많이 추운데다, 많이 긴장하셔서 어르신들의 혈압이 전체적으로 높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이산가족 등록은 3시5분쯤이 돼서 접수가 완료됐다. 행사 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조급한 상봉 대상자들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단은 20일 오전 9시 속초에서 출발해 강원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 상봉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으로 떠난다. 이산가족들은 2박3일 일정 동안 단체상봉·개별상봉 등 6차례에 걸쳐 총 11시간을 함께 북측 가족들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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