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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운형(92)씨와 함께 북에 있는 큰누나를 만나는 박철씨는 만남의 ‘설렘’보다는 헤어짐의 ‘아픔’을 먼저 걱정했다. 고령의 아버지가 2박3일간의 이산가족상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받을 충격이 먼저 가슴에 와 닿았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큰누나이지만 평소 아버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이산가족)100명 중 섞어놓고 누나를 찾으라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북에 있는 손자를 만나는 백관수(90) 할아버지는 사전등록 시간을 3시간30분 앞둔 오전 10시30분쯤 딸 백운경(47)씨와 함께 가장 먼저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했다. 백 할아버지가 들고온 큰 가방 3개에는 손자에게 선물할 내복, 의약품, 화장품 등이 가득했다. 손자가 좋아할 것 같아 북에서 암암리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초코파이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 할아버지는 애초 아들과의 상봉을 신청했지만, 아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손자를 만나게 됐다. 백 할아버지는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손자가 원망하는 눈으로 나를 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측은 상봉 대상자가 고령임을 고려해 대한적십자사 소속 의사 5명과 간호사 5명, 응급차 인원 1명, 지원 인원 1명 총 12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혈압체크 등 간단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지원 의료진인 강석우 내과 과장은 “날씨가 최근 많이 추운데다, 많이 긴장하셔서 어르신들의 혈압이 전체적으로 높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이산가족 등록은 3시5분쯤이 돼서 접수가 완료됐다. 행사 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조급한 상봉 대상자들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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