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답하라” 발달장애인 추모제로 용산 시끌…물리적 충돌도

장애인부모연대, 대통령집무실 인근 추모제 열어
“발달장애 가정 비극 언제까지…사회적 타살”
삼각지역 분향소 설치…지하철보안관과 충돌
단체 관계자, 과호흡 증상으로 119 실려가
  • 등록 2022-05-26 오후 3:06:55

    수정 2022-05-26 오후 4:33:40

[이데일리 정두리 김윤정 기자] “발달장애 가족의 죽음이 또다시 재현됐습니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타살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6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승강장 앞에 설치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 현장. (사진=김윤정 기자)
장애를 가진 자녀와 부모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일대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서울교통공사 측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23일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다.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엄마가 발달장애를 겪던 6세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같은 날 인천에선 뇌병변장애가 있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정은 장애인 위탁 시설을 이용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부모연대는 “매년 수차례 벌어지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또 다시 반복됐다”면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는커녕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가정은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발달장애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실제로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 관련 사망사건은 최근 3년간 23건에 달한다. 지난해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지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벌어졌고, 같은 해 11월 전남에서는 한 아버지가 발달장애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 경기도 시흥에선 발달장애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애인부모연대는 올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장애인 부모 등 556명이 삭발했고, 다음날부터 장애인부모 4명이 15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발달장애에 관한 문제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고 형식적인 이야기만 하려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끝으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올해 안에 발표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승강장 앞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추모제 종료 후 낮 12시 30분쯤엔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장애인부모연대와 이를 제지하려는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단체 측은 당초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승강장 공간을 지하철 보안관들이 점거하며 막자, 승강장 다른 공간에 기습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이어 지하철 보안관이 현수막을 부착하려는 부모연대 관계자를 포위하자 단체 회원들과 지하철 보안관 수십여 명이 한 데 엉키며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단체 관계자 1명이 과호흡 증상으로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은 이러한 소란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학생 강채윤(23) 씨는 “삼각지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데 시위를 오래 하다 보면 시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반면 전철을 기다리던 김미정(51)씨는 “저분들도 할 말은 해야죠. 이 정도 불편한 것쯤은 감수할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장애인부모연대는 지하철 보안관과 1시간여를 대치하다가 오후 1시40분쯤 결국 분향소를 설치했다. 단체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분향소를 차린건데 서울교통공사는 우리 어머니들을 무참하게 짓밟는 행위를 했다”면서 “일주일만 분향소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장애인부모연대는 다음달 2일까지 일주일간 삼각지역 승강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분향소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이 동참한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측은 “승객 편의와 안전상 문제로 승강장내 분향소 설치는 못하도록 안내했는데 계속 설치하려고 시도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며 “승객 불편이나 안전 문제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 배치하고 필요한 경우엔 경찰에 협조요청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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