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KB 품으로…1강 4중 구도 재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면 국내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1곳, 자기자본 3조∼4조원대의 대형 증권사 4곳으로 추려진다. 우선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7조7500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NH투자증권(4조5300억원), KB현대증권(3조9000억원), 삼성증권(3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000억원)이 그 뒤를 잇게 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대형화 추세는 국내 자본시장 발전뿐 아니라 아시아 자본시장에서 역량을 확보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M&A 이슈로 대형 증권사들이 연이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업계 상위권에 머무르기 위한 증권사들의 IB, 자산관리 부문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의 M&A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직도 배고프다”…다음 매물 찾는 증권사들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의 매물화 가능성을 여전히 점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증권 매각설은 지난 1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이슈가 불거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그룹 내 삼성증권의 역할론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된다면 실제 매각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매물로 나온다면 시장 판도를 뒤집을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이라며 “삼성증권 외에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생기면서 앞으로도 매물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KB·현대증권 시너지 효과 기대감 속 우려도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 해 평균 50% 이상의 자산 성장률을 기록 중인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가 예상되며 은행이 보유한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 35만명을 즉시 자산관리(WM)와 연계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주식자본시장(ECM)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특화된 현대증권과 채권자본시장(DCM)·구조화 금융에 특화된 KB증권이 합병할 경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높은 인수가격에 대한 우려 등도 제기되고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이 1조원 내외라고 가정할 경우 이는 현대증권 순자산가치 대비 약 1.33배 수준”이라며 “지난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 내외이고 경상 ROE는 5~6%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비싼 인수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성격의 금융지주 때문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보수적이고 은행 중심인 KB금융의 문화가 자칫하면 통합 KB투자증권의 시너지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