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채소 짓무르고, 고물가에 손님 안와"…전통시장 '울상'

3일 마포구 농수산물시장·망원시장 가보니
폭염·장마 여파…적상추 지난달 대비 37.8%↑
상인들 “반나절만 지나도 채소 못팔아”
"차라리 아껴 먹겠다" 지갑 열기 '주저'
  • 등록 2023-07-03 오후 4:41:29

    수정 2023-07-03 오후 7:45:36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김영은 수습기자] “전날 산지에서 나온 채소가 새벽 5시쯤 경매장 거쳐서 오는데, 그 사이 새싹이 시들었나봐. 오늘 나간 6000원짜리 두 박스 다 반품 요청이 들어왔어.”

3일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주인 김순례(60·여)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아침부터 폭염에 보라색 잎으로 물러버린 채소 반품 요청을 받았다는 김씨는 “브로콜리와 쪽파를 한 박스(1만 2000원어치) 환불해 간 손님도 있었다”며 “무더위에 사람도 못 버티는데 채소라고 버틸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이어 “날이 더워지자마자 양파, 쪽파, 감자 등 가격이 일제히 상승해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순례(60)씨가 3일 고객으로부터 반품 요청을 받은 새싹 한 박스를 보여주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올해 여름 때이른 폭염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채소·과일 가격이 요동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시장 물가까지 오르니 상품은 팔리지 않고, 습하고 더운 날씨에 채소는 금방 물러버려서다. 이날 농수산물시장과 망원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너무 오른 가격을 듣고 지갑을 꺼내기를 주저했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도매가격(중도매인) 기준 적상추(4㎏)는 1만8820원으로 전월 동일(1만3660원) 대비 37.8% 올랐고, 청상추(4㎏)도 1만8520원으로 전월 동일(1만2432원)보다 49% 뛰었다. 주요 과일인 사과(후지 10㎏)와 배(신고 15㎏)도 6만6780원, 5만23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5.2%와 12.4% 상승했다.

11년째 채소 장사 중인 장영미(48·여)씨는 “작년에 1만 8000원이던 상추 한 박스(4㎏) 시세가 지금은 4만 3000원까지 오르면서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손님들이 아무래도 비싸다고 생각하면 물량이 나가지 않는데, 반나절만 지나도 야채가 짓물러 버리니까 오래 두지도 못한다”며 “금방 못 팔게 돼서 폐기처분하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50대 김모씨 역시 장마로 인한 수급 차질에 앞길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김씨는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나는 복숭아를 파는데 아랫지방에 비가 자주 와서 과일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복숭아 물량이 감소해서 작년 5월보다 5000원~1만원 올려서 복숭아를 팔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복숭아 한 박스(5㎏)에 4만원이란 소리를 듣고 손님이 그냥 돌아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지갑 열기에 주저하게 된다고 했다.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최모(55)씨는 “날씨가 더워지고 나서 주 3일 시장을 방문하던 습관을 버렸다”며 “단호박이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구매를 단념했다”고 했다. 망원시장을 찾은 심모(59)씨 역시 “상추가 300g에 5000원이나 하는 걸 보고 비싸서 놀랐다”며 “차라리 아껴 먹겠다”고 했다.

전문가는 폭염·폭우로 인한 시장 불안을 잠재울 대안을 다방면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 특보와 강수 전망에 따른 가격 인상에 대응할 수 있게 농산물 품종을 개량하거나,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국가가 농업 생산 기반을 재점검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마포구 망원시장 길가에 채소가 진열돼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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