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주인 김순례(60·여)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아침부터 폭염에 보라색 잎으로 물러버린 채소 반품 요청을 받았다는 김씨는 “브로콜리와 쪽파를 한 박스(1만 2000원어치) 환불해 간 손님도 있었다”며 “무더위에 사람도 못 버티는데 채소라고 버틸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이어 “날이 더워지자마자 양파, 쪽파, 감자 등 가격이 일제히 상승해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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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도매가격(중도매인) 기준 적상추(4㎏)는 1만8820원으로 전월 동일(1만3660원) 대비 37.8% 올랐고, 청상추(4㎏)도 1만8520원으로 전월 동일(1만2432원)보다 49% 뛰었다. 주요 과일인 사과(후지 10㎏)와 배(신고 15㎏)도 6만6780원, 5만23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5.2%와 12.4% 상승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50대 김모씨 역시 장마로 인한 수급 차질에 앞길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김씨는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나는 복숭아를 파는데 아랫지방에 비가 자주 와서 과일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복숭아 물량이 감소해서 작년 5월보다 5000원~1만원 올려서 복숭아를 팔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복숭아 한 박스(5㎏)에 4만원이란 소리를 듣고 손님이 그냥 돌아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폭염·폭우로 인한 시장 불안을 잠재울 대안을 다방면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 특보와 강수 전망에 따른 가격 인상에 대응할 수 있게 농산물 품종을 개량하거나,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국가가 농업 생산 기반을 재점검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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