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5일 공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의 핵심은 현재부터 최소 12년간 부지선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점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 시점(2020년)보다 8년이나 늦다. 사실상 차차기 정부에서 부지 선정 주요 일정이 진행된다.
이는 여론수렴 명분과 정국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부지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주민 수용성, 소통,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지 조사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를 검토하는 시간을 길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레임덕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로드맵을 잡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정이 늦춰지면서 원전 인근 지역주민을 설득하는 게 현안이 될 전망이다.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원전 내 임시로 단기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성원전은 2019년부터, 한빛, 고리(이상 2024년), 한울(2037년), 신월성(2038년) 순으로 폐기물 저장공간이 포화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향후 정부에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경주 방폐장’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경주에 보관 중인 중저준위 핵폐기물보다 백만배 이상 방사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에만 핀란드는 19년(1983~2001년), 스웨덴은 23년(1987~2009년)이나 걸렸다. 국내보다 최대 11년이나 길다.
부지선정 방식도 해외와 차이가 있다. 정부는 부적합한 지역을 배제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는 전체를 놓고 적합한 지역을 찾는 방식을 택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아서 공모를 해야 하고 이는 처분장 선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사용한 방식”이라며 “부적합 지역 이외의 지역이 안전성에서 적합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해외에서는 20년가량 기간을 두고 충분히 조사를 하는데 4년 만에 부지 심층 조사를 하게 되면 부실 조사가 우려된다”며 “준공한 지 1년 만에 배수펌프를 교체한 경주 방폐장 문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채희봉 실장은 “지난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건설, 시설, 부지 전문가 약 50명이 추가적인 검토를 했다”며 “엄밀한 지질조사 등을 거쳐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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