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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로 북한강로를 따라 3㎞가량 뻗어 있는 분홍색 아스팔트 산책로. 어른 보폭으로 다섯 걸음 정도 되는 너비에 오른쪽으로 북한강을 끼고 있는 이 산책로 입구에서 약 40m 떨어진 가로수 밑에서 이날 오전 7시 11분쯤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둔 당일 아침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이 전날 오후 10시쯤 자택인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차(제네시스)를 타고 나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해 양평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침 운동을 나온 마을 주민이 이 부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의 목에는 끊어진 넥타이 일부가 매여 있었다. 넥타이의 나머지 부분은 스카프와 연결된 채 부러진 나뭇가지에 동여매 져 있었다. 이 부회장이 목을 맨 나무는 그대로 방치돼 일반인들은 이곳이 사건 현장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주차했던 산책로 뒤편에 있는 식당 주인은 “아침에 언론사 보도 차량과 경찰차가 몰려드는 것을 보고서야 이 부회장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식당 건너 편에 있는 카페 주인도 “아침 방송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며 “(이 부회장의)얼굴도 뉴스로 처음 봤다”고 했다. 카페 주인은 또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이 부회장을 직접 본 적도 없고 주변 사람들 중에도 이 부회장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생을 마감한 이곳은 은퇴 후 제2의 삶을 시작할 장소로 염두에 둔 곳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주말마다 찾아와 이 곳에서 머리를 식히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차를 몰고 부인과 함께 찾는 등 양평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부인은 보름 전쯤 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종면에서 15년 넘게 살았다는 공인중개사 박모(55)씨는 “뉴스에 이 부회장이 은퇴 후 이곳에서 지내려고 땅을 사놓았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쪽은 아닌 것 같다”며 “이 동네 부동산 소식은 전부 듣는 편인데 그런 소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차량 안에는 그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과 롯데 임직원에게 보내는 형식의 유서는 A4용지 4매 분량으로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경찰에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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