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7일까지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총 2조1431억원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 10월 30일 이후 가장 긴 연속 순매수다. 증권업계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코스피 2000포인트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꽃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안심하기 일러 보인다. 외국인은 IT업종과 자동차 업종만 집중 매수했다. 9거래일간 이들이 사들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는 총 9385억원, 3334억원에 달한다.
반면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대표 경기민감업종인 철강금속과 화학은 각각 424억원, 1395억원 매수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기계 역시 458억원 사들이는데 그쳤다.
그러나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수세가 극도로 제한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외국인의 경기판단은 여전히 비관적이며 신흥 시장 과매도에 따른 회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의 매수 종목을 보면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반영한 순매수라고 보기보다 일본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 일부가 국내 증시로 들어왔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귀환이 이머징 시장 전반에 대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단지 ‘싸서’ 나타난 것인 만큼, 박스권 돌파 역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마침 발표된 중국의 부양책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부터 중국의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돌자 시장은 중국 정부의 내수 정책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갔다. 그러나 지난주 중국 정부는 철도 건설 투자 확대와 중소기업 감세 혜택, 판자촌 재개발 등 시장 기대를 한참 밑도는 ‘미니 부양책’ 수준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050원 이하로 내려가면 달러 약세가 재개되고 경상수지 흑자와 국내 경기민감주의 수출 회복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달러-원이 1050원 하향 돌파에 실패한다면 최근 외국인 매수는 단순한 ‘숏커버링(팔기 위해 빌린 주식을 되갚으며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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