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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구글을 인터넷검색 서비스업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사업영역은 무인자동차와 구글글래스(웨어러블 기기)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달 탐사선도 개발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게 구글의 성공방정식이다.
그 바탕에는 연구소 ‘구글X’가 있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를테면 무인자동차가 성공하면 통신, 에너지, 금융, 자동차판매 등도 덩달아 변화할 게 뻔하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과 비즈니스 경험, 창조성을 상품에 녹여내는 창의적 인재를 끌어들여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는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최강자였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등장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블록버스터를 긴장하게 했다. 이에 블록버스터 역시 넷플릭스를 모방한 온라인 사이트를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난관이 많았다. 기존 매장 조직부터 걸림돌이었다. 블록버스터 경영진은 매장 직원들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 홍보해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소극적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블록버스터가 온라인 전략을 초기부터 신속하게 추진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더이상 모방만으로 시장서 살아남기 불가능”
LG경제연구원이 12일 내놓은 ‘지속성장기업의 조건’ 보고서에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처하는 시사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우리 주력 산업군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대부분이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G2(미국·중국)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이 커진 위기에 그대로 노출돼있는 것이다.
‘IBM 스토리’는 우리 산업계가 참고할 만하다. 1993년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하기 위해 취임한 루 거스너는 IT 전문가가 아니었다. 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식품회사인 RJR 나비스코를 이끈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거스너의 선택은 변신이었다. 그것도 시대의 요구에 따른 변신이었다. 당시만 해도 첨단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화된 업체가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거스너는 IT시스템 전체를 통합해 운영·관리해달라는 수요를 발견했고, IBM을 서비스 중심의 조직으로 바꿔버렸다. 그렇게 IBM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노키아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2007년 내비게이션용 맵과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나브텍을 인수했다. 나브텍은 도로 교통량 분석 센서 분야의 1인자였다. 노키아는 나브텍 인수로 구글, 애플의 신제품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공룡’ 노키아 충격적 몰락…생존주기 짧아져
‘휴대폰 공룡’ 노키아가 갑자기 몰락한 건 삼성전자(005930) 같은 경쟁자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실제 기업의 생존 기간은 더 짧아지고 있다. 포춘 아메리카 500대 기업의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995년 500대 기업 중 20년 후인 지난해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210개(42%)에 불과하다.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기업의 생존주기는 추후 더 짧아질 수 있다.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안심할 처지도 못 된다. 필름업계의 제왕이었던 코닥이 대표적이다. 코닥은 1955년 43위, 2005년 153위였다. 그러다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동시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코닥의 사례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했다. 전세계 트렌드를 잘 읽고, 변화에 유연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사업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계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계경기 악화를 계기로) 업황이 좋았을 때 지나치게 커졌던 업종은 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기업 정책도 중소기업 혹은 벤처기업을 중심에 놓아 변화에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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