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데일리 김아라 기자] 송파 세 모녀 사건과 판박이인 비극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난치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하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A씨는 난소암 투병 중이었고 두 딸 역시 난치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적혀있었다. 이들은 병원비 탓에 월세 42만원을 제 때 못 낼 만큼 힘들게 생활했다.
문제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도입한 사회안전망이 이번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등 34가지 항목 중 일부를 3개월 이상 체납하면 위기 가구로 지정,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들은 작년 3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지만 위기 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무려 16개월간 건보료가 밀렸지만 관할청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주민등록상의 거주지인 화성시 기배동 주민센터 측은 지난달에야 안내문을 발송했고 이달 3일에야 주소지를 직접 찾았다. 건보료가 밀리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자체에 알리고, 지자체는 다시 주민센터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지만 관계기관은 16개월 만에 대응한 셈이다.
관계 부처도 뒷북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과 관련해 뒤늦게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4일에는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복지부의 이런 대응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통령 발언 직후 이어졌다. 향후 복지부가 마련할 대책에는 수원 세 모녀와 같은 사각지대를 메꿀 안전장치가 반드시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