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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막판 꼬여가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실무진 차원이긴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명기 문제를 두고 여야가 접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 내에 극적으로 처리된다고 해도 ‘미완의 개혁’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與 조원진·野 강기정,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이견 좁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여야 간사였던 조원진 새누리당·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일 국회 비공개 회동에서 중간합의를 했다. 조·강 의원은 사실상 각 당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인사들이다.
조·강 의원은 중간합의문을 통해 “여야 간 ‘5·2합의문’은 지켜져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면서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위해 계속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핵심은 따로 있다. 여야 간 공무원연금 개혁 갈등의 근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국회 규칙안 명기 문제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사회적기구를 구성하는 국회 규칙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50%가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 문제만 풀리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조·강 의원은 이 초안을 지도부에 각각 보고하고 오는 22일 오전 다시 만나 국회 규칙안 마련을 재차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당 내부 추인 외에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주축이 돼 10여명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여야에게 전달하는 식의 절차다.
여야 실무진의 계획대로 라면 이르면 22일까지 여야 간 잠정합의를 거쳐 24일까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후 25~26일께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럴 경우 28일 국회 본회의 문턱도 무난히 넘을 수 있다.
여야 대표도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긍정적인 기류를 형성했다.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에서 만나 5·2 합의안을 이행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실무진의 의중대로 합의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개혁의 민감성과 무게감을 고려하면 처리를 안심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일각서 개혁안 미봉책 논란 여전…“개혁 아니라 개정”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처리된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이후 ‘미봉책’ ‘부실’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연금 개혁은 여야가 합의했다는데 주목하면 안 된다”면서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지급률 0.2%포인트 인하(1.9%→1.7%)를 향후 20년간 한다는 점은 주요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 점은 청와대 역시 불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효과 자체가 의문시될 뿐더러 현 정부의 공으로 돌아오기에도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향후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는 새누리당의 홍보 포인트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앞으로 70년 이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재정추계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등의 말들이 나온다.
경제에 밝은 여당 한 중진의원은 “이제 와서 여야가 개혁안 내용 하나하나를 다시 만들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 현재 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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