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뉴욕 지하철을 연상시키는 포시즌스 지하 1층에 위치한 바 ‘찰스’. 철저하게 독립된 공간으로 최상류층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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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미국 뉴욕 1950년대 지하철을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하고 은밀한 바. 길거리 음식과 고급 음식이 망라된 유럽의 아케이드, 조선시대 유적지, 상하이의 대표적인 정원 예원.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1일 개장한 국내 최고급 호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 문을 연 포시즌스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문화와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조합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대표적인 공간은 뷔페 ‘더 마켓키친’이다. 유럽 아케이드를 모티브로 만든 이 식당 한 가운데 바닥엔 투명 유리 안 조선시대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호텔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된 조선시대 공조길을 부엌, 배수로 등으로 나눠 호텔 식사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식사 메뉴도 프랑스 요리, 이탈리안, 중식, 일식 등 외국 메뉴에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인 순대와 떡볶이를 곁들였다.
| 뷔페 ‘더 마켓 키친’ 한가운데서 감상할 수 있는 조선시대 유적지. 호텔에선 뷔페 중간을 통유리 바닥으로 제작해 식사 고객들이 조선시대 유적지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공사 중 발굴된 유적지의 유물은 문화재청으로 보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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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보쉬 바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한국의 중심부인 서울은 혁신적인 영감을 주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나타내기 위해 이같은 디자인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통 문화와 서양 문화와의 조합은 객실, 복도,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서 느껴진다. 객실 침대 양편엔 도자기나 목단 서랍장, 산수화와 함께 최신형 아이패드가 함께 배치됐다. 숙박 고객
| 일반 룸인 디럭스 룸. 객실 곳곳에 전통 도자기나 목단 서랍장 등을 배치했고, 침대 바로 옆엔 아이패드가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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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아이패드로 호텔 담당 직원과 소통하고, 응답도 아이패드로 받을 수 있다. 양윤미 포시즌스 호텔 서울 세일즈 매니저는 “서양식으로만 디자인한 국내 특급호텔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오히려 한국 전통 문화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포시즌스의 또 다른 차별화는 최상류층 호텔 고객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도록 배려한 서비스에 있다. 지하 뷔페 식당 한켠에 육중한 문을 열면 마치 뉴욕의 1950년대 지하철을 연상시키는 바 ‘찰스’가 있다. 어두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대형 룸이 나온다. 이곳은 외부에서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철저히 공간을 분리시켜 놨다.
| 포시즌스 수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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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도 마찬가지다. 앉아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곳, 서서 할 수 있는 곳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놨다. 5620㎡(1700여평)에 달하는 피트니스 클럽도 최대 수용인원을 1200여명으로 제한했다. 1인당 할당되는 평방미터가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 또한 상류층 손님을 위한 배려다. 피트니스 클럽은 연회원권이 억대에 달하지만 이미 1차 모집인원(120명)이 마감됐다.
객실 규모도 남다르다. 일반 객실인 디럭스 룸은 44~52㎡(약 14평)으로 다른 특급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룸과 비슷한 규모다. 층고도 2.8m로 다른 호텔보다 높다. 게다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레이나 짙은 갈색으로 인테리어를 한 여타 특급 호텔과는 다르게 베이지 톤으로 밝게 꾸며 더 넓어 보인다. 72㎡(약 20평)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팔라스룸에선 바로 경복궁이 내려다 보인다. 또 아시아 지역 최초로 타퍼(매트리스)를 고객의 취향에 맞춰 바꿔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디럭스룸이 44만원(세금 미포함)부터 시작돼 다른 특급호텔보다 20~30%정도 비싸다. 게다가 광화문이라는 오피스 밀접 지역에 자리해 결혼식 등 큰 연회가 있을 때는 교통 혼란이 우려된다. 또 경복궁이 보이는 일부 스위트룸을 제외한 객실의 뷰가 큰 빌딩에 가린 데다가 6성급 호텔이지만 교보생명 건너편 도로 폭이 좁은 공간에 위치해 입구가 특급호텔같지 않게 좁다.
그러나 포시즌스 호텔 측은 넓직한 객실, 조식, 피트니스, 수영장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을 고려해봤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가구 하나하나를 본사와 상의해서 들여왔을 정도로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다. 세계 최고라는 호텔 명성에 걸맞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디럭스룸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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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시즌스 호텔 일식당인 ‘키오쿠’. 홍콩 유명한 디자이너 앙드레 푸가 디자인했으며 점심 특선이 6만원부터 2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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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시즌스 호텔 사우나. 사우나 바닥을 금막 타일로 깔아 럭셔리한 느낌을 더했다. 일반 디럭스 룸 고객은 1인당 5만50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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