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 그만"…숨진 대만 유학생 친구들 호소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꿈과 열정을 가진 빛나는 친구였는데…음주운전 가해자가 그녀의 청춘을 빼앗아갔습니다.”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스물 여덟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대만 유학생 고(故) 쩡이린(曾以琳)씨의 지인들이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가해자를 강력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쩡이린양의 친구들이 음주운전자의 재판이 열리는 2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 온 20대 대만인 여대생 쩡이린양은 지난해 11월 교수를 만난 후 귀갓길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쩡이린양의 목숨과 꿈을 뺏어간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든 지인들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 섰다. 쩡씨의 중국인 유학생 친구 A씨는 중국어로 “가해자는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죄를 범했다”며 “이로 인해 한창 청춘이었던 생명을 빼앗아가고 화목한 가정을 산산조각냈다”고 말했다.

앞서 쩡씨는 지난해 11월 교수와 면담을 한 뒤 귀가하던 중 서울 강남구 한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그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B씨는 음주운전 재범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쩡씨의 부모는 한국 정부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법을 엄격히 적용해 다시는 자신의 딸과 같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대독 입장문에서 쩡이린씨의 부모는 “저희 딸 이린의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달라”며 “딸의 목숨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선규씨는 “쩡이린을 사망하게 한 범죄자는 음주운전 재범이라고 한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다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씨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법원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고 있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또 “쩡이린의 부모는 현재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한국법이 어떻게 정의를 가져올지 재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쩡이린씨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음주운전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국민청원이 올라온 뒤 쩡씨의 부모는 현지 영사관을 통해 ‘불행한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공식 서한을 받았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1월 운전자 B씨를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B씨의 첫 공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