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 곤두선 與野, 반기문 방한에 ‘일거수 일투족’ 초집중

25일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정치적 언행 최대한 자제
與 차기주자 궤멸에 ‘지지율 고공행진’ 반기문 주가 상승
與 친박·비박, 더민주, 반기문 대망론에 다양한 평가
  • 등록 2016-05-23 오후 3:55:57

    수정 2016-05-23 오후 3:55:57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 힐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위기에 처한 세계와 유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대 총선 참패로 여권의 차기주자들이 궤멸된 미묘한 시점에 방한하기 때문. 반기문 총장은 차기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반 총장의 방한 소식 그 자체만으로도 여야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반기문 압도적 영향력 근원은 차기 지지율 고공행진

반 총장은 그동안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지만 최근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출마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반 총장은 이번 방한 일정 동안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이나 일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총장의 영향력은 차기 지지율 경쟁력에서 나온다. 본격적인 정치활동도 없지만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여야의 기존 차기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3자 대결 조사에서는 38.0%의 지지로 문재인(34.4%), 안철수(21.4%)라는 야권의 유력주자에 앞섰다. 아울러 국내 정치기반은 없지만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에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수면 위로 불거진 이른바 ‘충청 대망론’의 최적임자가 반기문 총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20대 총선 이후 여야의 차기 구도는 심각한 불균형 상황이다. 총선 직전만 하더라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3강 체제가 이어졌지만 총선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야권주자의 지지율 합은 4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권 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율 합은 절반 수준인 20% 안팎에 불과하다. 이대로 간다면 여권의 정권재창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여권에서 반기문 총장을 향한 끊임없는 러브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與 반기문 영입 환영 속 견제 vs 野 명확한 입장 표명 요구

여야 정치권은 반기문 총장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당원들의 목소리 중에 ‘그 분을 꼭 모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호감을 표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대국민담화에서 반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계 지도자들이 성실하게 유엔 사무총장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를 하더라”면서 “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느냐? 저는 모르겠다. 국민들께 여론조사해서 왜 찬성하나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라고 호평했다. 반면 비박계의 시각은 미묘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직전인 관훈클럽 토론에서 “반기문 총장이 대권에 생각이 있다면 민주적 절차로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 “새누리당의 진짜 위기는 내년 연말 차기주자가 절대적으로 빈곤하다는 것”이라며 “당내 일각에서 반 총장만 옹립하면 내년 대선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더 큰 새누리당의 위기”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반 총장의 보다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3일 “아직 현직 유엔사무총장인데 그(대선 출마) 말씀을 하시겠나”라면서도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압박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이제 해외에 나가서 뭔가 한 자리하면 그것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며 반기문 대망론을 평가절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99% 수준”이라면서 “친박 vs 비박으로 확연히 쪼개진 새누리당 내분 상황이 변수다. 새누리당 상황이 정리되면 반기문 총장 영입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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