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리스트에 오른 인사 모두 자진사퇴 후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을 수용하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여야가 성완종 정국에서 벼랑 끝 대치를 펼치고 있는 것은 이번 파문이 재보선은 물론 장기적으로 내년 총선과 2007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수 싸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金 “文, 국민에게 진 빚 함께 갚자”…대국민호소문 발표
새누리당은 23일 이례적으로 김무성 대표까지 나서 새정치연합을 향해 공무원연금 개혁과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총궐기했다. 거당적인 ‘문재인 압박’ 카드를 내민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연금 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도 촉구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방안 논의를 위한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이른바 ‘4+4회담’을 전날에 이어 재차 제안했다. 김 대표는 “(문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국민연금 개혁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내지 못했던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며 “참여정부에서 문 대표가 완수하지 못하고 국민께 진 빚, 지금 우리 둘이 함께 갚자. 지금 이 순간도 문 대표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이날 총궐기는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그간 수세적인 입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금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면전환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엿새 남은 재보선에서 민생정당 이미지를 부각, 야당과 차별화하며 앞으로 정국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다중 포석’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 대표의 대국민호소문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 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권을 갖고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文 “의혹 당사자 자진사퇴…특검 도입 수용해야”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이날 의원총회와 결의대회, 대국문 호소문 발표 등에 대해 비리 게이트를 은폐하려는 일련의 국면전환용 정치이벤트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 당사자들의 자진사퇴와 특검 도입 수용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문 대표는 또 “의혹 당사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직에 있어선 진실을 밝힐 수 없다. 법무장관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수사에 관여해도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의혹 당사자들은 스스로 물러나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된 국회 상임위 소집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정부질문 불출석에 따른 경제 현안질문 개최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친박 게이트 의혹을 덮고 선거에만 매달리기 위한 정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재보선에 매달린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새누리당은 부정부패를 은폐하고, 진실을 호도하며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전술만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문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번 리스트 파문을 내년 총선 이후까지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담긴 것 같다”며 “결국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 대치를 풀기 위해선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조정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 [전문]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 대국민 호소문
☞ 김무성, 연금개혁 담판 전격 제안…野 즉각 거부(종합)
☞ [전문]문재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관련 긴급기자회견
☞ 문재인 "朴대통령, 순방 직후 책임있는 답변 내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