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방안에 살아있어요" 법정서 공개된 단원고 학생의 카톡

  • 등록 2014-07-15 오후 4:20:24

    수정 2014-07-15 오후 4:20:24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와 이후 승무원, 승객이 각각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돼 유가족들의 분노를 또 한 번 자아냈다.

15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는 지난 4월 16일 세 월호가 침몰할 당시와 그 이후 승무원, 승객이 각각 주고받은 카카오 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3등 항해사 박모씨는 선배 2명과 카카오톡을 통해 사고 상황과 앞으로 있을 수사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박씨는 민사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무조건 책임회피 식으로.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선장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이준석 선장의 무책임한 선상 근무를 지적하는 대화내용도 소개됐다. 박씨는 선배에게 “선장님이 갑자기 말도 않고 방에 들어가셔서 기관장님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라고 묻고는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카톡이나 게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선장의 휴대전화에는 게임 애플리케이션 8개가 깔려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이 선장이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 등 세월호에 탄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침몰하는 배 안의 공포와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배가 기울어졌어. 계속 가만히 있으래“ (오전 9시 58분), “아직 움직이면 안 돼“ (9시 29분), “화물들 바다로 다 떨어지고 난리남. 지금 전기도 다 나감“ (오전 9시20분~21분), “저 지금 방안에 살아 있어요. 지금 구조 중인데 우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부터 구하나 봐요“ (10시 7분) 등 곧 닥쳐올 불행을 예감한 듯한 학생들의 메시지는 방청객들을 침묵의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학생들이 구조된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긴박한 상황과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히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은 “(제가) 거의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근데 제 뒤에 엄청 많았어요. 살아 있는 친구들 많았는데 다 죽었을걸요. 배 안에서 선원들이 아무것도 안 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산다고, 근데 가만히 있다가 저까지 죽을뻔했어요”라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검찰은 “선내 방송에서 침몰됐다는 말도 안해줬어. 우리는 가만히 있었어”라는 학생의 메시지를 제시하며 승객에게 침몰 상황조차 알려주지 않은 승무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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