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수업 중에 의견충돌로 친구들끼리 갈등이 불거질 때 선생님께 ‘아리랑’을 듣자고 해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갑자기 평온해져요.”
24일(현지시간) 맨해튼 북부 할렘가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회장 다마리스 아이테(17)는 우리 민요 아리랑과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글로벌 뮤지션 BTS 노래보다 좋아한다. 아이테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세상이 얼마나 큰지, 문화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맨해튼 할렘가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 소강당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좌측). 공연이 끝난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조수미씨 (사진=better solutio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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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교한 이 학교는 맨해튼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를 채택한 학교다. 학생은 저소득층 흑인 또는 라틴계가 대부분이다. 교실 한 곳에는 “열심히 공부하자, 대학에 진학하자, 세상을 바꾸자”는 모토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수진 선생님은 “한국어는 영어권 친구들에게 굉장히 낯선 언어이고 이 친구들이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서 “제대로 배운다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해낼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면서 백성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문자를 쓰도록 한 것처럼 아이들에게 한글을 알려주면서 시민정신, 평등정신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이날 프렙 학교를 찾았다. 평소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조 씨는 베터솔루션의 임오혁 대표, 주뉴욕 총영사관, 한국관광공사 등을 통해 이 학교를 알게 됐고, 기꺼이 무료 공연을 하기로 했다. 물론 전날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국전 정전 70주년 기념 콘서트처럼 웅장한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피아노 하나만 있는 지하 강당의 작은 무대였지만 열기는 카네기홀보다 훨씬 뜨거웠다. 조씨는 아돌프 아담의 오페라 ‘르 토레아도르’의 곡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를 시작으로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사랑해요. 오마이갓, 그레이트~”를 외치며 꿈에 그리던 조씨의 음악을 즐겼다. 최 선생님은 “사실 우리학교에는 체육, 미술 수업은 있지만 음악수업은 없다”면서 “아이들이 최고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했다.
| 한복을 입고 조수미씨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 학생들 (사진=김상윤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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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은 ‘아리랑’이었다. 조씨는 직접 피아노 반주를 하며 선창을 했고, 학생들은 떼창으로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를 불렀다. 조씨는 감격한 듯 노래를 부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씨는 “음악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가슴 아픈 순간에 희망과 위로를 가져다줄 것을 굳게 믿고 있다”며 “우리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공감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의환 뉴욕총영사는 “꿈이 가득 찬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며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있고, 미래가 밝은 최고의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다”며 이날 콘서트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