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DLF 대책에 내놓은 KPI 개편, 속빈강정 안 되려면

은행권 고객중심·자율경영 초점 개편 약속
은행별로 세부사항 확정 중…수익성과 조화 두고 고심
구체적 KPI 개편안, '고객신뢰 최우선' 입증해야
  • 등록 2019-11-20 오후 2:45:59

    수정 2019-11-20 오후 2:45:59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재로선 큰 틀의 방침이 나온 것이고 세부사항은 확정해야죠. 다만 비이자평가항목을 없앤다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이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계기로 일제히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안을 내놓았다. 고객중심과 자율경영 강화 등이 골자다. KPI는 은행 업무의 각 부문별로 점수를 부여해 실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사업전략의 방향을 제시한다. 고객중심 KPI 개편안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선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각 은행의 내년 KPI는 큰 틀의 방향성이 설정됐지만 세부사항을 두고 실무부서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관심은 총점(통상 1000점 혹은 1만점)에서 고객수익률과 소비자보호 등 전반적인 고객관리지표 배점을 어느 수준으로 높여 반영하느냐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하반기 프라이빗뱅킹(PB) 분야 평가에서 고객관련 항목 지표비중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PWM 센터의 PB 평가때 고객부문 비중을 24%에서 60%로 높였다. KEB하나은행은 자산관리(WM)부문 인력 평가에서 고객수익률 비율을 4.5%에서 9.0%로 높였다. 두 은행은 내년부터 일반 영업점에 대한 KPI도 고객관련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인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

우리은행도 고객수익률과 고객 케어 등 고객관리지표의 배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배점 증가폭 등 세부안은 마련하는 중이다. 자율경영 강화를 위한 제도를 어떻게 반영할 지도 주목된다. 실무부서에선 이를 KPI에 어떻게 구현할지를 두고 시뮬레이션 작업 등을 하며 세부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KPI에서 ‘비이자이익부문’ 평가항목을 삭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으로선 KPI 개편에 따른 단기적인 영업활동 및 수익 위축 가능성을 간과하긴 어렵다. 내년도 사업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중심 방침과 수익성 사이의 조화를 두고 고심이 깊다고 한다.

다만 은행권이 DLF 사태를 계기로 고객신뢰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운 만큼 이번에는 분명한 실천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각 은행 방침에 맞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KPI 개편안 확정이 그것이다. 조만간 확정될 KPI 개편안에서 고객지표 부문의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면 은행의 약속이 구호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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