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위안부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할머니의 의사에 반해 지원금을 횡령했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28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7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32차례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이귀녀 할머니의 보조금 2억8000여만원을 빼돌렸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고인의 뜻에 반해 임의로 지원금을 횡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이귀녀 할머니가 남편이 사망하고 만 84세 고령으로 한국에 입국했을 때부터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건강이 악화되자 병원에 입원하도록 하는 등 한국에서 유일한 보호자로서 비용을 부담하는 등 피해자를 부양하고 제도적인 도움을 받도록 도왔다”며 “이후 요양시설에 할머니가 입소했을 때도 주 2회 방문해 간식과 생신을 챙겨드렸으며 지난해 12월 피해자가 사망하자 상주 역할을 하며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할머니가 자신의 아들에게 ‘고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김씨가 많은 도움을 줬고 이것은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나 돈에 대해서는 김씨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할머니의 아들 역시 법정에서 ‘김씨는 나와 어머니에게 가족 같은 관계’라며 ‘어머니의 뜻에 따라 김씨가 보관하고 있는 나머지 지원금 역시 청구할 생각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김씨에게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2011년 중국에 있던 이 할머니를 국내로 데려온 뒤 후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1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고 지난해 12월 14일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