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대주주 설득, 우리금융 민영화 변수로 부상

하나금융, 우리금융 합병 관련 테마섹 설득 실패로 해석
골드만등 다른주주 입장은?..우리금융 민영화 변수 부상

  • 등록 2010-10-20 오후 7:16:18

    수정 2010-10-21 오전 8:07:33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 최대주주인 테마섹이 우리금융지주(053000) 매각 입찰을 코앞에 두고, 하나금융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것은 우리금융과 합병계획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앞으로 골드만삭스와 같은 다른 대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경영진이 대주주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우리금융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있어 다른 대주주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20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하나금융 보유지분 9.62%(2038만주)를 전량 매각하는 이유를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금융권 전문가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국가의 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주가회복 속도가 빠른 한국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못았다.

하지만 투자 회수 시점이 꼭 지금이냐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한다. 우선 하나금융 최근 주가가 3만5000원 수준으로 투자 초기인 2005년말 수준(4만6000원)도 회복하지 못했다. 투자이익은 커녕 손해를 보고 나가는 셈. 더구나 테마섹은 2004년부터 하나은행에 투자를 해 온 장기 투자자였다.

금융권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간 합병 이슈가 지분매각 시점을 결정한 중요한 변수였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도 테마섹이 우리금융과 합병을 반대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 소유지만 시장의 투자원칙에 충실하게 투자결정을 한다"며 "우리금융과 합병하거나, 합병에 실패할 경우 기업 전망을 좋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합병 후 정부 소유 지분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먼저 기존 대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이런 작업을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테마섹이 미리 지분을 털고 나간 점은 향후 대주주 설득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하나금융 주요 주주들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테마섹과 같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다. 하나금융 2대주주는 골드만삭스 계열 GS 데자코로 지분 8.66%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과 미국 국적의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각각 8.19%와 7.31%를 갖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 다른 대주주들의 스탠스(입장)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입찰할 수 있을 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테마섹만 우리금융 M&A에 소극적이었다면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나가는 것이 하나금융 입장에서 더 좋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매각에 입찰하지 못할 경우, 우리금융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매각 특성상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과점 주주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우리금융 M&A에 입찰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김승유 회장은 "그동안 시장에서 나오는 우리금융과의 합병여부 등을 전혀 언급한 적도 없었고 주주와 얘기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빠르면 10월말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낸 뒤 입찰참여 의향서(LOI), 예비입찰, 인수자 실사 등 절차를 거쳐 연내 최종입찰후보를 선정한 후 내년초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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