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 속에 놓여진 화성 아리셀 참사 희생자 영정, 사고 열흘만에

한국인 3명, 중국인 14명, 라오스인 1명 등 18명 영정
화성시청 로비 합동분향소 제단 위에 안치
다른 장소에 추모공간 제안한 화성시와 한때 마찰
5일 오후 2시 유가족과 아리셀측 협상 시작될 예정
  • 등록 2024-07-04 오후 4:47:11

    수정 2024-07-04 오후 4:45:23

[화성=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네가 아빠를 지켜줘야지. 내 아들 돌려내라. 내 아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숨진 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사고 열흘 만에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서 안치됐다.

4일 화성시청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아들의 영정을 보고 고인의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
4일 화성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제단 위에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망자 15명의 영정과 20명의 위패가 놓여졌다. 아직 영정이 준비되지 않은 3명도 곧 안치될 예정이다. 영정이 안치된 사망자는 한국인 3명, 중국인 14명, 라오스인 1명이다. 위패는 한국인 3명, 중국인 16명, 라오스인 1명의 위패가 놓였다.

화성시는 현재 유가족 대기소로 이용 중인 모두누림센터 1층에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유가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성난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화성시장실 앞에서 정명근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1시간가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양한웅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분향소에 위패와 영정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성시에 며칠 전부터 요청했는데 오늘 오전에 화성시 행정국장은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가족들이 직접 위패와 영정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4일 오전 화성시청 시장 집무실 앞에서 현 합동분향소에 영정과 위패 안치를 요구하는 아리셀 유족들이 정명근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영민 기자
유가족들은 오후 3시 영정과 위패 안치를 강행할 것을 예고했고, 다행히 화성시의 제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단 위에 한 명 한 명의 영정이 놓여질 때마다 40여 명의 유가족 사이에서 흐르던 흐느낌은 이내 오열로 바뀌었다. 20대 청년부터 누군가의 부모까지 생전 고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정을 보며 유가족들을 안내하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와 화성시 관계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영정과 위패가 모두 제단에 안치된 후에는 유가족들의 헌화에 이어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의 추모예식이 진행됐다. 추모예식이 끝난 후에도 슬픔을 이기지 못한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영정 앞에서 울부짖다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유가족들과 대책위는 오는 5일 오후 2시 아리셀 측과 첫 공식 면담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 유가족들이 제시해 온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 요구와 보상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와 아리셀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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