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조한 우원식 국회의장…"양당 새로운 지도부에 기대"

우원식 국회의장 기자간담회
'극한 대립' 80일…"여야 중재 난관 컸다"
'대표회담' 기대 표하며 "채해병 특검, 국회 권한"
"대통령, 개원식 참석했으면"…태도 변화 촉구
  • 등록 2024-08-21 오후 5:13:38

    수정 2024-08-21 오후 7:22:19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2대 국회 운영 방침에 대해 “갈등과 정쟁 속에서도 민생의제가 뒤로 밀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생의제가 사라지지 않도록 의장이 나서서 역할을 할 것은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일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우원식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중심”

우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2대 전반기 국회의 목표와 80여일간 국회의장을 하며 느낀 소회, 그리고 구체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제22대 국회는 민생의 위기, 신뢰의 위기, 입법권의 위기라는 중첩된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며 “그런 만큼 더욱 안전·민생·안보 등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갈등과 기후, 인구, 디지털 전환 같은 미래의제에 잘 대응해서 대한민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사장 세종의사당 건립에 속도를 내고 △기후위기 △저출생 △디지털전환 등 미래의제에 대해 국회 내 기구를 설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극한 대립을 펼친 80여일간의 국회를 이끈 그간의 소회도 밝혔다. 우 의장은 “국회 현실을 보면 구조적으로 여야 간 갈등과 대치상황에 놓여 있다”며 “의장으로서는 여야 중재에 난관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방송법 중재안을 낸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이 있었다”며 “의장이 욕을 좀 먹더라도 상황을 변화시켜보자는 결심이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주 안타깝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대화와 중재, 국회법 절차, 어느 하나에 묶이지 앟고 어떻게든,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으려 한다”고 원칙도 설명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과 8월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운 지도부를 꾸린 만큼 제22대 국회서 벌어진 필리버스터 정국과 거부권의 도돌이표 정국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그는 “여야 정당이 모두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 것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어느 일방의 힘으로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한 진지한 협상의 시간을 만들 과제가 양당 모두에게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점에 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협치` 당부한 禹 “인내심 갖고 영수회담 해야”

여야가 각종 현안에 대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중재자인 우 의장에게도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중립’인 의장이 현안에 구체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채해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과 방송4법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진실 규명을 위한 국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의장도 공감하는 바”라며 “특검을 하는 것은 국회의 기능이자 권한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채해병 특검법 실시가 ‘총선 민심’이라고 규정하고 “국민들의 민심이 국회 안에서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안’에 여야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오는 25일 양당 대표 회동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에 대해서는 “국민께 방송을 돌려 드리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며 여전히 협의체 구성 제안은 유효하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조국혁신당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꽉 막힌 정국에서 교섭단체가 여럿 있는 것은 국회의 원만한 구성을 위해 괜찮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우 의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첫해에 여당인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내며 4개의 교섭단체와의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개원식을 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거듭 촉구했다. 우 의장은 “국회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갈등이 있는 것이고, 그런 속에서 국회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곳”이라며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고 통합적인 메시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일이 있더라도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해 22대 국회 출발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고 당부했다.

역대 국회의장들이 매번 꺼낸 개헌 논의에 대해선 “87년 개헌 이후 38년 동안 개헌을 못했다. 그 말은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정치권이 길을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우 의장은 개헌특별위원회가 아닌 개헌자문위원회를 먼저 구성해 개헌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끝으로 우 의장은 의원들에게 의정활동의 현장성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자기 주변 사람들 얘기 말고 국민들의 진짜 민심을 청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국회판 사회적 대화’ 참여를 요청했다. 우 의장은 “새로운 복합위기 시대를 대응하기 위하여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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