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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준기 뉴욕 특파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진사퇴’ 카드에 이어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문에서도 승부수를 던졌다.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묶어 표결했던 앞선 두 차례의 투표와 달리, EU 탈회협정만 표결에 부치기로 해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허락을 얻어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 의회 문턱을 넘을 것인지 불분명하다.
메이 총리가 사퇴 승부수를 띄운데 이어 변칙 표결을 추진하는 등 합의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낭비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EU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메이 총리 EU탈퇴협정만으로 3차 투표 도전
영국 의회가 오는 29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3차 승인투표를 벌인다. 585페이지 분량의 EU탈퇴협정과 26페이지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적선언을 묶어 표결에 부쳤던 1~2차 승인투표와 달리, EU탈퇴협정만 승인을 요청했다.
이미 두 차례나 부결된 안건을 재차 표결에 부치기 어렵다며 반대해 온 버커우 하원 의장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다. 제1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변칙적 요행”, “꼼수”라고 비판했다. 집권여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중 일부도 최대 쟁점 사안이었던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문제 삼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3차 투표, 가결되도 시간낭비 가능성”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브렉시트 시점이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로 확정된다. 이 경우 모든 논의는 미래관계 정치선언과 어떤 방식으로 EU를 탈퇴할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춰진다.
메이 행정부는 일단 EU 탈퇴협정을 통과시켜 브렉시트 시기를 미룬 뒤 추후 따로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표결에 붙이거나, 법 개정을 통해 비준을 생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합의안 승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제정된 EU 탈퇴법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모두 승인토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노동당은 “영국이 EU와 어떤 미래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정치선언 없이 EU 탈퇴협정만 승인하는 것은 영국이 어디로 향할지 눈을 가린 채 브렉시트를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EU 탈퇴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원 의원들은 3차 승인투표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쟁점인 백스톱 조항이 그대로라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 조항 때문에 영국이 EU에 무기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노딜 대비해 비상체제 돌입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또다시 부결되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와 유럽의회 선거 참여 후 브렉시트 ‘장기 연장’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EU는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해선 재협상 불가원칙을 고수하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포함해 영국의 선택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는 현재 영국이 노딜을 피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영국이 노딜에 따른 피해 완화를 위한 협상을 시도할 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에 착수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이날 회원국 외교관들에게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노딜”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는 공문에서 “대응 전략을 구상하고 전면적인 비상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