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오염시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든다

화학연, 플라스틱 원료 '경질 올레핀' 생산 연구
  • 등록 2024-09-09 오후 4:47:07

    수정 2024-09-09 오후 4:47:0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에서 열분해해 얻는 재생유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촉매 공정을 바탕으로 앞으로 공정 규모를 키우기 위한 연구가 후속으로 이뤄지면 2030년께 국가 석유 화학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쓰일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도경·박용기 박사 연구팀이 최근 논문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부틸렌)을 친환경·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를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논문 기여자와 원료, 촉매, 제품 샘플.(왼쪽부터)김은상 연구원, 김도경 책임연구원, 문대훈 석사후연구원, 트란 딘.(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된다.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도 큰 문제이다.

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 공정(NCC)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다.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도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석유 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기존 나프타는 탄소 수가 5~9개 사이로 구성된 반면 열분해유는 탄소 수가 5~44개로서, 나프타 성분이 약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열분해유의 약 20%만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열분해유에는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부적합한 다량의 올레핀과 다양한 불순물이 포함돼 있다. 이런 올레핀과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고온·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 개발과 반응 조건 최적화를 통해 기존 상업화 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촉매 분해 반응에서는 촉매 표면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촉매 재생(찌거기 제거 과정)을 시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는 반응 부위에서 촉매(제올라이트 성형체)와 원료가 움직이며 반응하고, 재생 부위에서는 비활성화된 촉매가 연속 재생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파일럿 규모의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해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보다 170도 낮은 680도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한 결과,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 보다 27% 향상된 44.1%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실용화를 목표로 촉매 공정의 스케일업 연구와 경제성, 환경성에 대한 상세 평가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한뒤 2030년께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의 대체 기술로서, 기존 기술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공정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화학회 지속가능한 화학·엔지니어링(ACS Sustainable Chemisty & Engineering’에 지난 달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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