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여야는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전수조사 대상 범위에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 가족을 제외하기로 했다. 의원 본인에 한정해 개인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5월 ‘김남국 코인 보유·거래 사태’ 이후 국회의원 전원이 국민권익위원회 차원의 가상자산 조사에 동의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실제 동의서 제출이 두 달 이상 늦어진데다 그 대상도 개인으로 한정하면서 면피용 조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거액 가상자산 보유의혹을 받고 있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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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권익위는 전날 국회의원 코인 개인정보제공 동의요청서 ‘수정 양식’을 국회에 송부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8일 의원들의 코인 보유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한 동의서 양식을 여야에 제출했다. 하지만 양당이 배우자 및 가족 보유 내역까지 공개하는데 난색을 표하면서 수정안이 마련된 것이다.
앞서 권익위가 국회에 송부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에는 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코인 거래·보유 내역 △가상자산 거래소 외의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 계좌정보도 기술 사항에 포함됐다.
현재 국민의힘은 의원 본인에 대한 개인정보만 제공하도록 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제외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가족 포함 사안은 권익위가 제안한 것일 뿐”이라며 “법적 의무도 없고 권익위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도 “국민의힘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제외키로 협의했다”며 “새 양식으로 동의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했다.
양당 모두 의원 개인이 아닌 가족 보유 현황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공직자 누구도 가상자산에 대해 공개 등록할 의무가 없다”며 “법적 의무가 없는 것을 국회의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동의하도록 하는 게 법적으로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적으로 권익위가 조사할 권한이 있는 게 아니고 저희가 위임해 권익위가 조사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어떤 범위로 동의하는지에 따라 권익위 업무 범위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사 자체에 대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정치권이 제도의 취지를 뭉개버린 것이다. 관련 법은 가족 소유의 가상자산을 등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공개할 부분까지만 공개하자는 입이 맞춰진 것이다. 이기적인 결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