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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이사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선망 있는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이사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번 상황을 매듭지고자 한다”며 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이 이사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국 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입니다만,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며 “간절히 소망하건대 이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민주당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할 적임자를 찾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흔들림 없이 당과 함께 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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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두고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패권 세력”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서도 미 정보조직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 대해서는 “ICC(국제형사재판소)의 이름으로 전쟁 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범죄자로 몰았다”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당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인 홍영표 의원은 이 위원장에 대해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다. 혁신하자는 이 때 혁신위원장 때문에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하면 결단코 안 된다”며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민주당 혁신위를 두겠다는 건 이재명 대표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인데 이 위원장은 전혀 검증도 안되었으며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 황당무계하고 참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결국 혁신위원장 지명 약 9시간 만에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직 선임 당일 사임한 것을 놓고 부실 검증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데 대해 “당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부족했던 대로 반성도 해야되고 앞으로 또 고쳐나가야 할 부분은 고쳐나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혁신 시계가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당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SNS를) 검토를 했으나 천안함 이야기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음 혁신위원장 선임에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고위관계자는 “지금 재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인선이 만만치 않아 하루속히 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천안함 자폭설’의 해명을 요구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직격하면서 논란을 더욱 불거졌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최 전 함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며 “해촉 등 조치 연락이 없으시면 내일 현충일 행사 마치고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날 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되지 않느냐”며 최 전 함장도 천안함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 전 함장이 부하들을 둔 채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것을 문제 삼고, 민주당으로 해명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권 수석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 전 함장의 말대로 현충일 전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들을 연이어 자행한 것”이라며 “막말에 막말을 더한 권 수석대변인 역시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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